"벽화는 실패하였다. 어떤 절대자의 모습은 없었다. 불의와 궁핍에 고통받는 인간의 분노도 없었고 인간 구원의 고뇌는 더욱 없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알고 있었다. 자괴감이 나의 가슴에 아프게 저려 왔다."
시인 홍승룡 작가가 이번에는 소설 '당신의 자화상'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저자는 책머리에서 "소설은 살아있는 사람을 그려야 한다. 말하고 행동하고 활기 있는 멋진 사람을...거기에다 그리움까지 사랑까지 그려 인생을 재현하는 거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자신의 자화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어느 무명 화가가 기도원에 예수 벽화를 그렸는데 벽화는 실패했다. 어떤 절대자의 모습은 없었다. 불의와 궁핍에 고통받는 인간 구원의 고뇌는 더욱 없었다. 누가 뭐래도 본인은 알고 있었다. 자괴감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저려왔다. 옆에서 작업을 도와준 대머리 소설가의 말이 맞다.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나의 모습, 당신의 자화상이라고 적고 있다.
중편 형식을 띠고 있는 그녀의 방에서는 꿈을 안고 미국 교포와 결혼했으나 실패하고 돌아와 옛 어릴 적 친구를 찾는 외로운 여성을 그려냈다. 사랑은 그들을 가두는 방으로 우리들의 젊은 한 때를 떠오르게 한다.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창가에 앉아 문을 두드리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이제는 타인이 되어 창문은 닫히어 어둠이 되고 작은 창문으로 어둠이 되고, 아픈 사랑이 되고 작은 창문으로 햇볕이 들면 당신 곁으로 달려가 소리쳐 부르고 싶은 아픈 가슴은 무엇인가?
특히 '당신의 자화상'은 작가의 장점을 살려 각 편의 첫머리에 운문의 시를 넣어 독자를 끌고 간다.
눈에 띄는 편은 추억의 사슬 편이다. 가난한 소년 시절, 크리스마스이브 행사에 그녀와 함께 듀엣으로 부른 찬송을 평생 잊지 못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 그녀에게 당당하게 나타나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홀로 신앙생활을 하며 사업을 일구어 성공반열에 선다. 그녀를 찾아냈을 때 그녀는 홀로 되어 힘든 사업을 이끌어 나간다. 그는 그녀의 회사가 경영의 어려움에 닥치자 자금을 융통해 주고 회사를 회생시킨다.
그리고는 그녀가 크리스마스이브 행사 때 말한, 아프리카 오지의 열대지방에 가서 불쌍한 사람을 돌볼 거라는 그녀의 말을 잊지 않고 실천하고 있었다.
어느 날 외국에서 걸려 온 국제 전화를 받고 그녀는 그곳으로 달려간다. 일생 자기를 찾아 헤맨 남자의 마지막을 지키다 죽어도 좋다는 이상한 오기까지 생겼다. 생사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치료한다. 그는 자기 몸 구석구석을 닦으며 본 사람은 어머니 말고 당신이 처음이라는 고백도 한다. 그녀의 사랑으로 그는 열대 풍토병 바이러스균을 이겨냈다.
그밖에 여섯 편은 잔잔한 이야기로 꾸며져 있으며,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홍승룡 작가는 세종시 출생으로 대전 대성고등학교에서 퇴임한 교사로 공무원 임용고시 출제위원(국어) 경력을 갖고 있다. 문예사조 편집위원회 부회장으로 한국문인협회에서 왕성한 활동 중이다.
시집 '구름에서 시를 찾다', '사랑보다 깊은 봄', '세월 속의 무지개', '흙집을 짓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