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에 ‘밥그릇 싸움’까지…흔들리는 국민의힘

탄핵 위기에 ‘밥그릇 싸움’까지…흔들리는 국민의힘

與원내대표 경선 계파 대결 양상
권성동·김태호 2파전
중진들 ‘권성동 밀자’…韓 “부적절”
‘한동훈 축출 프로젝트’ 의혹도

기사승인 2024-12-11 15:01:56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격랑 속 국민의힘이 차기 원내대표직을 두고 또다시 자중지란에 빠졌다. 친윤(친윤석열)계 중진의원들 사이에서 권성동 의원 추대론이 일자, 친한(친한동훈)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일각에선 ‘한동훈 축출 시나리오’까지 제기되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1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여당은 오는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권성동 의원과 김태호 의원 간 경선을 실시한다. 5선인 권 의원은 윤 대통령 대선후보 당시 후보 비서실장을 지냈고, 현 정부 출범 직후 원내 사령탑을 맡은 ‘원조 친윤’이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 의원은 당내에서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분류된다.

당 주류인 친윤계와 중진 의원은 일찍이 권 의원 추대론에 힘을 실었다. 전날(10일)에는 4선 이상 중진들이 회동해 새 원내대표로 권 의원을 추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권 의원이 윤 대통령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하고, 원내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적임자라는 입장이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중진회의에서는 지금 현재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고 즉시 일을 할 수 있는 분은 권 의원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권 의원 역시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다수 의원께서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제가 원내대표가 돼 어려운 당 상황을 조정하고 의원들의 심부름꾼이 되라는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즉각 반발했다. 탄핵 정국이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에서 비롯된 만큼, 친윤계가 원내를 이끌 경우 역풍은 여당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6선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1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중진모임에서 권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고 밝히며 “만약 친윤이 지금 원내 지도부를 또다시 장악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을 구하고자 하는 이미지로 국민들은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어떤 분들이 나와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올바른가 좀 더 상식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한 대표 역시 전날 권 의원 추대론에 대해 “중진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며 반격에 나섰다. 배현진 의원도 “중진 의원들의 의견이지 우리가 ‘중진의 힘’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선 친윤계가 ‘한 대표 축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최고위원 집단 사퇴를 종용한다는 내용이 퍼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이 물러나면 지도부는 붕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친윤계인 김민전, 김재원, 인요한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중 한 사람만 사퇴해도 한 대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한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권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에 대해 “최근 용산과 친윤들의 움직임을 보면 어떻게든 한동훈을 무너뜨리고 축출하고 당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며 “친윤 핵심으로 세상이 다 아는데 원내대표로 나오는 것인 어떻게 가능한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게 다 지금 한동훈 축출 프로젝트, ‘김옥균 프로젝트’의 최신 버전 같다. 만약 권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 아마도 당분간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자유국민연합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사진=최은희 기자

한편 자유국민연합 회원들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권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 절대 NO(안 된다)’, ‘한동훈 지도부 절대 지지’ 라고 적힌 붉은색 플랜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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