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계가 탄핵 정국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분양 계획 연기를 고심하고 있다. 분양 심리가 정치 불안에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영향이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분양시장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직방 통계 기준 이달 계획된 분양 물량은 2만8070가구(일반분양 1만7358가구)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1만2995가구, 지방 1만5075가구가 공급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획 대비 분양 실적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분양 일정이 기약 없이 밀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대출 규제로 위축된 상황이다. 지난 9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분양 매수 심리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분양 전망도 어두워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11월18~27일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 및 수도권도 대출 규제 이후 분양전망지수는 급락했다.
서울 분양전망지수는 9월 128.2에서 10월 124.3, 11월 108.8로 내림세가 이어졌다. 이어 이달 89.5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향후 신축 아파트 분양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부정적 의견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 분양전망지수는 9월 117.9에서 10월 121.0로 소폭 상승한 뒤 12월 83.4로 하락했다. 12월 전국 분양전망지수도 82.0를 나타냈다. 이는 전월 대비 16.2p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지방도 81.7을 기록했다. 전국 분양시장이 먹구름이 낀 셈이다.
어두운 분양 전망에 업계는 분양 일정 연기를 고심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도 “정치 이슈로 인해 분양 홍보 효과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건설사들도 아주 급한 것 아니면 미루려는 분위기”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이슈가 장기화될수록 부동산 시장에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영향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고심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연내보다 내년으로 분양 일정을 미루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분양 시 미분양 등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분양 연기는 부동산 시장에 분양가 상승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청약 수요자들의 관심 분산을 우려해 분양을 계획보다 미룰 확률은 높은 상황이다”며 “미분양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등 공사비 상승 요인이 있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서울 및 수도권 분양가는 천정부지 상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당 분양가는 575만9000원으로 지난해 동월(509만4000원)대비 13.05% 올랐다. 특히 서울은 45.76%, 수도권은 27.17%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분양 물량 감소에 따른 분양가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