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연임에 성공하고 있다. 탄핵 정국 속 불확실성에 맞서 경영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성현 KB증권 기업금융(IB)부문 대표와 이홍구 자산관리(WM) 부문 대표는 임기를 1년 연장했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지난 6일 두 대표 연임을 결정했다. 신임 대표이사 임기는 2년, 재선임 임기는 1년이다.
오는 31일 대표 임기가 종료되는 KB금융 계열사 5곳(KB국민은행·KB증권·KB국민카드·KB라이프생명보험·KB데이타시스템)중 연임은 KB증권이 유일하다. 김성현·이홍구 대표는 올 한해 괄목한 성과를 시현,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이번을 포함해 5연임이다. 올해 취임한 이홍구 대표는 1년 임기를 채우고 새로 1년을 보장 받았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도 자리를 보전했다. 강 대표는 손님 기반을 강화하고 사업 부문별 편중 해소 등 체질을 개선할 적임자로 평가됐다. 특히 경영실적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산적한 과제를 지속 이행하면서 하나증권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제2도약을 이루기 위한 인물로 지목됐다.
임기를 연장한 강 대표는 초대형IB(기업금융) 지정에 역량을 더 쏟을 수 있게 됐다. 강 대표는 취임할 당시 초대형 IB 지정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그룹사인 하나은행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양사 고객에게 발행어음을 판매해 투자 재원을 보다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KB·하나증권 대표 연임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양사 모두 ‘채권 돌려막기’ 사태로 중징계를 받아서다. 연령대가 높아 세대교체 필요성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기업금융·관리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메리츠화재 자산을 빠르게 성장시킨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부터 메리츠그룹운용 부문 부사장을 겸임했고 올해 7월 메리츠증권 기업금융·관리 대표에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CEO 재신임을 두고 실적과 전문성에 기반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증권업은 절대적으로 실적이 중요하다”며 “전문성이 입증된 분들이 계속 자리를 보전하는 게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예외는 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자리를 보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연임하며 2년 임기를 새로 받았지만 최근 불거진 대규모 파생상품 사고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5일 이선훈 자산관리부문 부사장을 후임 사장으로 앉혔다. 이 신임 사장은 사고 후속 조치를 위한 ‘위기관리·정상화 태스크포스’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