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의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여야 대표를 앞지를 정도다.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상황에도 헌법적 책임을 강조하며 국회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민들에게 정치인으로서 긍정적인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에게 최근 정계 요직 인물에 대한 개별 신뢰도를 물은 결과,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56%로, 1위에 올랐다. 신뢰하지 않는다(불신)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신뢰가 불신보다 높은 유일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는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여야 대표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뢰도는 41%(불신 5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5%(불신 77%), 한 권한대행은 21%(불신 68%)였다.
최근 우 의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다. 우 의장은 지난 3일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과 만찬을 마친 후 국회 사랑관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비상계엄 선포 보고를 받고 국회로 향했다. 오후 10시 56분쯤 국회에 도착했으나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진입이 어렵게 되자, 67세의 나이에도 담벼락을 넘었다.
우 의장의 행보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화제가 됐다. 우 의장이 국회 진입을 위해 넘었던 담장에는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담 넘어간 곳’이라는 문구가 표시됐고, 현재 국회 내 사진 명소로 급부상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원식의 일주일’의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글에는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끈 우 의장의 활약이 담긴 사진이 여러 장 게시됐다.
월담 이후 열흘간 국회를 지킨 모습도 이목을 끌었다. 우 의장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공관으로 퇴근하지 않고 국회 집무실에서 비상대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식사는 국회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바닥에 이부자리를 펼쳐 잠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장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리고 퇴근했다. 우 의장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긴장했던 하루, 오늘의 일을 모두 마무리했다. 탄핵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와 용산에 전달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제 퇴근한다”면서 “‘나라가 어두우면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오는 국민’이라는 말을 매일 실감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IMF 때는 금붙이를,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6년 광화문, 2022년 이태원 참사에는 촛불을 들고 나왔던 국민”이라며 “그렇게 우리나라를 지켜온 국민들이 ‘꺼지지 않는 가장 단단한 불빛’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줬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줘서 든든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5.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