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받든 당대표, 그를 밀어낸 여당…“명분 잃은 외통수”

‘민심’ 받든 당대표, 그를 밀어낸 여당…“명분 잃은 외통수”

한동훈 “주권자 국민 배신 안 해…탄핵 찬성 후회 없다”
조경태 “배신자는 계엄령 선포한 尹…계엄 막은 한동훈 아냐”
최요한 “與 한동훈 축출은 외통수…당력 회복 더 어려워져”

기사승인 2024-12-17 06:05:04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2차 탄핵안) 가결의 책임을 한동훈 전 대표에게 돌리고 있다. 한 전 대표는 강한 당내 반발에 부딪혀 당대표직을 내려놨다. 민심을 받든 한 전 대표를 축출한 것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재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16일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겠다.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해 당대표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탄핵 찬성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시민과 군 사이에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라며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사의를 표하면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탄핵 책임을 한 전 대표에게 돌리는게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4선 이상 중진 회의 후 취재진을 만나 “일부에서 (민주당) 부역자라는 표현을 쓰길래 한마디 했다”며 “계엄 찬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배신자는 윤 대통령이지 막은 사람이 배신자는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같은 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하지 못했다면 당도 같이 휩쓸렸다. 대통령이 질서있는 퇴진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민심은 감당할 수 없이 나빠졌을 것”이라며 “탄핵 직후 이 모든 책임을 한 전 대표에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민심을 따랐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친한계 의원 18명을 이끌고 국회 본회의장으로 갔고, 계엄령 해제에 동참했다.

계엄을 해제한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두 번째 긴급 대국민 담화 후 ‘탄핵 찬성’ 입장을 냈다. 질서있는 퇴진을 기대하며 야당의 탄핵 추진에 제동을 걸었지만 그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2차 담화에서 비상계엄의 이유로 ‘부정선거’를 얘기를 꺼냈고, 또 그 책임을 야당에 돌렸기 때문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 소통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며 손을 치켜올리고 있다. 사진=임현범 기자

한 전 대표가 민심을 따랐다는 것은 여론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4일 제2차 탄핵안 표결 전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탄핵·하야를 원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즉시 탄핵·하야’ 74.8%, ‘질서있는 퇴진’ 16.2%, 잘모름 9%로 집계됐다. 

또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1의 의뢰로 지난 1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에서는 찬성 78%, 반대 20%, 모름·무응답 2% 순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 전 대표의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에게 “너희가 국회의원이냐”, “비례대표들 전부 (당에서) 나가라” 등 각종 폭언도 쏟아냈다고 한다.

정치 평론가들은 다수 국민의 생각을 따른 당대표를 축출한 국민의힘이 당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최악에는 ‘지역정당’으로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한 전 대표는 탄핵 정국의 문제를 수습하려 했지만, 여당 내에서 쫓아냈다. 이는 명분 없는 축출”이라며 “한 전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민심을 따라간 만큼 여당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 전 대표가 보수 내 최대 팬덤을 보유한 정치인이라는 점도 치명적인 타격”이라며 “당 균열을 내비치는 최악의 수를 두게 됐다. 이대로면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이 아닌 지역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리얼미터 설문조사는 무선 97%, 유선 3%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7.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다. 

엠브레인퍼블릭 설문조사의 응답률은 14.4%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다. 2024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응답률은 14.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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