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에 앞서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동훈 지도부 해체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맹공하던 모습과 달리 신중론을 강조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이날 의총에서는 당초 비대위원장의 조건 중 하나로 꼽히던 대야(對野) 대응 능력에 대한 언급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비대위 설치와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 초선과 재선, 3선 모임에서 의견을 모아 저에게 제시하도록 했다”며 “(비대위원장 선정은) 선수별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차기 비대위원장의 조건으로 위기상황 수습 능력과 날카로운 민주당 대응력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 대응력’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의원총회 브리핑 후 ‘비대위원장 의견수렴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소속 의원들이) 비대위원장이 누가 적합한지 말하기를 매우 꺼려했다”고 답했다.
이어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야당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는 기류가 유지됐냐’는 질문에 “우리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또 ‘오는 20일까지 비대위원장을 선출하냐’는 물음에 “원내에서 심사숙고하겠다”고 재차 말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매우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행동은 없었다”며 “특정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선과 재선, 3선별로 추천위원회를 설립하고,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며 “민주당 대응 능력 등에 관한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공격형 비대위원장에서 신중론으로 돌아선 이유로 ‘민심’ 문제가 꼽힌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지역에서도 불만이 올라오면서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 공세로 정국을 풀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격수 비대위원장에서 ‘신중론’으로 전환한 것은 중도를 완전히 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며 “민심을 외면하고 공격수 비대위원장을 세우면 영남 자민련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