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아들 대신 품은 ‘하얼빈’ 안중근 [쿠키인터뷰]

현빈, 아들 대신 품은 ‘하얼빈’ 안중근 [쿠키인터뷰]

영화 ‘하얼빈’ 주연 배우 현빈 인터뷰

기사승인 2024-12-19 17:52:04
배우 현빈. CJ ENM.

“‘하얼빈’을 보셔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큰 화면으로도 보시고, 작은 화면으로도 봐주세요(웃음).” 영화 ‘하얼빈’ 개봉을 앞둔 배우 현빈의 당부다. 스스로 관객이 ‘하얼빈’을 택해야 하는 이유가 된, 그의 너스레에서 작품을 향한 진심이 넘쳐흘렀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현빈)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척결하기까지 독립투사들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현빈은 작품 공개를 앞둔 소감을 묻는 말에 “긴장된다”며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은 분이 극장을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엄살이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상징성과 존재감이 대단한 안중근을 연기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라서 여러 차례 출연 제안을 고사했다는 그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택한 배경에는 우민호 감독의 ‘삼고초려’가 있었다. “감독님이 제안을 주실 때마다 시나리오가 조금씩 달라져 있었어요. 이게 감독님 스타일인데, 촬영이 끝날 때까지 퀄리티를 높이려고 노력하세요. 그렇게 시나리오를 계속 보다가 어느 순간 저도 궁금증이 생겼어요. ‘연기자로 살면서 안중근 장군을 표현할 기회가 또 올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큰 영광이죠.”

배우 현빈. CJ ENM.

‘하얼빈’의 안중근은 위인과 범인(凡人)의 얼굴을 교차로 보여준다. 끊임없이 번뇌하고, 때때로 무너진다. 먼저 떠나보낸 동료들에게 죄책감도 느낀다. 현빈은 사료의 빈 공간을 채우면서 이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인간적으로 이분은 고민이 없었을까, 좌절이 없었을까? 참모중장인 본인의 선택으로 동료가 희생됐는데 미안하지 않았을까? 인간이라면 그랬을 텐데. 그간 저는 보거나 들은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했어요.”

현빈은 최근 배우 손예진의 남편에 ‘아들 아빠’라는 수식어까지 추가했다.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는 요즘,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투사들의 희생은 더욱더 숭고하게 다가올 터다. “(거사 당시) 서른이셨는데 ‘내가 그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면, 저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나니 그분(안중근)의 선택은 더더욱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얼빈’은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투사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주인공 안중근에만 초점을 두는 대신,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이창섭(이동욱) 등을 고루 조명한다.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입장에서 다소 아쉬울 법하지만, 그는 영화의 메시지에 집중했다. “안중근 장군만큼 노력하고 애쓴 사람이 무수히 많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만약 우덕순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면 우덕순이 역사에 남아 있지 않을까요. ‘수많은 동지를 기억하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현빈에게 ‘하얼빈’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 “작품 고사 다음날 아이가 나왔어요. 거의 ‘하얼빈’이랑 같이 태어난 거죠. 아이 옆에 없었던 시기가 안중근 장군을 연기하던 때이기도 해요. 아이가 인지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영화를 보여줘야죠. ‘네 옆에 없었을 때 이렇게 훌륭한 분을 다루는 작업을 했다’고 말하려고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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