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한 항공기의 폭발 원인이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한 로컬라이저 안테나’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영상을 분석한 해외 파일럿, 항공 전문가들은 언론 인터뷰와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한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사고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계기 착륙 시스템(ILS)의 핵심 구성 요소로 항공기의 안전한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짧은 가시거리로 항공기 이착륙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저시정 상황에서도 조종사가 정확한 착륙 경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토교통부 항공 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항공기가 충돌했을 때 최소한의 손상만을 입히도록 설계돼야 한다. 강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항공기에 최소한의 위험만을 가하면서 파손·변형·구부러지도록 부러지기 쉬운 곳에 장착해야 한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됐다. 일각에서 사고기가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 시 사고 규모를 키워 인명 피해를 증가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활주로 끝에 위치한 단단한 구조물과 비행기가 부딪치지 않았더라면 인명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며 “사고 당시 영상을 자세히 보면 벽에 부딪히기 직전까지 기체에 별다른 손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콘크리트보다 부드러운 구조물에 설치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항마다 펜스가 설치돼 있는데 펜스 정도는 비행기가 충돌한다고 하더라도 기체가 폭발할 정도로 충격을 주지는 않는다. 구조물이 유연했다면 항공기와 충돌 시 일부 파손되더라도 지면을 지나가면서 서서히 속도가 줄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다른 국내 공항에도 로컬라이저가 설치됐다는 입장이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무안 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면서도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파악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고처럼 ‘메이데이’ 선언 이후 몇분 내로 긴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즉각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메이데이 선언과 사고 사이의 짧은 시간 간격은 구조 활동과 긴급 대응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윤문길 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메이데이 선언 이후 긴급 상황이 발생하는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메이데이 선언 4분 만에 항공기가 랜딩기어 없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며 “현재도 메이데이 선언 시 관제소가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2~3분 안에 긴급 상황 발생 가능성을 대비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