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규제 눈앞, 시간이 없다”…신공정 개발 가속화 나선 철강업계

“탄소규제 눈앞, 시간이 없다”…신공정 개발 가속화 나선 철강업계

- 정부,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등 철강 신공정 지원
- 미국·EU의 철강 등 탄소규제, 올해부터 본격 시행
- 업황 부진 속 시간·비용 부담 가중…“정부 지원 강화”

기사승인 2025-01-01 06:00:07
진열돼 있는 후판의 모습. 연합뉴스 

철강산업에 대한 글로벌 탄소규제가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촉박한 시간, 막대한 비용 문제와 더불어 철강산업이 현재 불황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도 산업기술혁신사업 통합 시행계획’을 최근 공고했다. 올해 지원할 산업·에너지 분야 연구개발에 철강 부문을 포함해 ‘탄소중립산업핵심기술개발’을 지원토록 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공정의 탄소감축을 위한 스크랩 고도화와 저전력 전기로 기술 및 신(新)공정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 사업’을 일반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2026년~2030년)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세계 최초로 분광 수소 유동 환원로 기반 30만톤급 수소환원제철을 실증하는 사업으로, 고로에 철광석·코크스(환원제) 대신 가루 형태의 분철광석과 수소(환원제)를 투입해 탄소배출량을 저감하는 기술이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국내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의 약 40%, 국가 총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전체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약 80%가 제선 공정에서 배출된다. 특히 이중에서도 고로(철광석 환원) 공정의 온실가스 배출원 단위는 소결 공정 대비 3배, 코크스 공정 대비 10배 수준이다. 업계에서 전기로 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철강업의 설비 수명(40~50년), 기존 설비 교체 시기 도래 등을 고려하면 현시점 탄소중립의 기반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철강 탄소중립에 대한 통상 여건도 2025년부터 강화된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제도를 도입해 EU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 대해 오는 2026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탄소배출량 측정 데이터를 이전 1년 치로 계산하기 때문에 사실상 2025년부터 시작된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달부터 ‘미국판 CBAM’인 청정경쟁법(CCA)을 도입해 정유·석유화학·철강 등 에너지 집약 산업군 12개 수입 품목에 온실가스 배출 1톤당 55달러를 부과하고, 2027년 이후에는 완제품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철강사에서도 이를 대비한 탄소저감 장치 마련에 올해부터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6420억원을 투입해 연간 250만톤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 공장의 착공식을 지난해 2월 개최하고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철광석·석회석·코크스 대신 전기를 열원으로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들면 기존 고로 대비 탄소배출량을 75%가량 저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 역시 전기로 중심의 생산체계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LNG(액화천연가스) 자가발전소 건설 계획을 밝히고, 오는 2028년 충남 당진제철소 내 LNG 자가발전소를 설립하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 총 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전기로 중심의 생산체계’를 완전히 구축해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 등 여파로 장기간 부진을 겪는 데다, 해외 탄소규제 시행 시점 대비 우리의 신공정 개발 계획은 당초 일정대로여야 2030년 이후에나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정부의 추진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의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황 불황으로 철강사들이 일부 공장의 문을 닫는 등 실적 부진에 따라 신사업 추진 동력이 다소 주춤한 상태”라면서 “신공정에 투입되는 비용도 어마어마한 데다, 당장 CCA에 따라 10년간 국내 산업에 2조7000억원가량의 탄소세 비용이 부담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시간·비용 측면에서 민간기업의 한계가 있어 앞으로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철강산업은 국제 탄소규제의 주요 대상 업종인 동시에 공급망 내 다른 철강 수요 산업의 탄소중립에도 파급효과가 높은 국가기간산업”이라며 “정부는 철강부문 핵심기술 개발과 세제·융자 지원을 강화하고, 글로벌 탄소규제 대응을 위해 공급망 기업 간에 탄소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플랫폼’을 조속히 구축해 관련 산업의 탄소중립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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