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새해엔 한국 증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사이클 추가 둔화가 예상되지만 주가가 예상경로를 선행하면서 한국의 상대 수익률이 내년에는 회복될 것으로 본다”며 “코스피 저점은 늦어도 2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도 “국내 증시는 1분기 미국 증시 조정이 나타나면 약세를 피하기 어렵겠으나 조정 폭은 상대적으로 작겠고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2분기부터는 신정부 출범과 경기부양책 기대가 증시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에도 박스권을 면치는 못하겠으나 하반기가 조금 더 나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 상승 흐름에서 상당 기간 소외됐다. 글로벌 금융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코스닥은 글로벌 43개 증시 지수 등락률 중 꼴찌를 기록했다. 코스피(-9.63%) 또한 43개 지수 중 38위에 그치며 사실상 최하위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대내외로 악재가 부각되고 있어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2기의 정책 불확실성은 투자환경에 변동성을 증폭시킬 핵심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관세와 함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무력화가 예상된다.
한국 증시가 이미 최악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지수대가 추가 하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익 하향이 안정될 경우 기대감 반영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 대비 미리 조정받았고 실망감이 누적돼 투자심리가 더 악화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어려운 시점을 지나고 나면 이미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 관세 부과 등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응, 글로벌 금리 인하 등과 함께 회복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한국 증시는 가치 투자자라면 충분히 투자를 고민해볼 만한 가격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트럼프 2기가 내세운 공약들이 한국 기업에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증권가 해석도 있다. 악재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것.
삼성증권은 리포트에서 “미국 정책은 2025년 증시에서 지속적으로 중요한 화두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에너지 공급확대를 통한 물가압력 완화 등은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특히 미국의 인프라 부문 투자 확대는 글로벌 산업재 수요를 증대시키고,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경우 원가 절감이 예상되는 유틸리티와 항공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실제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AI(인공지능)와 이를 지원하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에너지 공급확대를 통한 물가압력 완화 등은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본격 성장하며 AI 생태계가 더 빠른 속도로 확장될 것”이라며 “주식 핵심 투자 테마는 내년에도 AI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대외·대내 변동성이 큰 연초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초에 외인의 반도체 업종 매도세 둔화와 원/달러 환율 안정화 시그널이 확연히 나타나면 시장의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안정적으로 시장을 아웃퍼폼하는 고배당 및 저평가, 순익 상향 등 중장기 알파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가 예상한 새해 코스피 밴드는 2250∼3200으로 집계됐다. 이중 SK증권은 코스피 밴드를 2416∼3206으로 가장 높게 잡았다.
SK증권은 “지난해 국내 증시만 유독 약했다”며 “새해에는 유불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보완하는 절장보단(絶長補短)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외에 신한투자증권(2600~3100), 키움증권(2400∼3000), LS증권(2400∼3000), 대신증권(2380∼3000), 유안타증권(2350∼3000)이 코스피가 3000선까지 오를 걸로 봤다.
삼성증권(2350~2900), 신영증권(2260∼2870), NH투자증권(2250~2850), IBK투자증권(2380~2830), 한국투자증권(2300~2800)은 2800∼2900이 코스피 상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iM증권(2250~2750)은 상·하단을 모두 가장 낮게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