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셀러브리티’로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배우 박규영이 ‘오징어 게임’ 시즌2, 시즌3에 합류했다. 심지어 ‘오징어 게임’에서는 처음 다뤄지는 핑크 가드의 서사를 이끌며 배우로서 입지를 제대로 굳혔다. 이제 명실상부 ‘넷플릭스의 딸’로 거듭난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만났다.
박규영은 극 중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는 군인 출신 탈북민이자 11번 병정인 강노을 역을 맡았다. 두 차례의 오디션을 거친 끝에 시즌2부터 함께하게 됐다는 그는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떤 역할을 어떻게 소화할지가 더 고민거리였다”고 돌아봤다.
대략적인 캐릭터 설정은 부분적으로 발췌된 대본으로 유추할 수 있었으나, 강노을이 게임 참가자가 아닌 가면인 것은 캐스팅이 확정되고 나서야 알았다고 한다. “참가자도 하고 싶었지만 가면으로서 새로운 세계관을 설명해 드릴 수 있는 역할이라고 느껴져서 기대가 많이 됐어요. 더더욱 감사했어요.”
박규영은 지인을 통해 굿즈인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구해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시즌1의 열렬한 팬이다. 하지만 정작 시즌2에서 핑크 슈트를 입어야 했던 그는 “다른 분들이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시는 걸 보면 부러웠다”면서도 “핑크 슈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뿌듯해했다.
“역할을 고를 기회가 온다고 해도, 의심의 여지 없이 후회 없이 핑크 가드를 고를 것 같아요. 슈트 안에 있으면 은근히 잘 안 들리고 안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평소보다 더 크게 말해야 하긴 했어요. 이후 볼륨 문제는 후시녹음으로 명확히 처리했어요. 그래도 핑크 슈트를 입는 게 되게 재밌고 신났어요.”
다만 캐릭터상 상당 부분을 홀로 촬영했다는 점은 아쉬울 법했다. “외로웠어요. 주변에서 출연 배우분들과 친해졌냐고 물어보면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어, 재밌어’ 이 정도로 얘기했죠. 그리고 모든 세트를 보지 못했어요. 5인 6각 경기 때만 게임장에서 촬영했어요. 본편을 보면서 진짜 재밌었겠다 싶더라고요(웃음).”
강노을은 시즌1 강새벽(정호연)을 잇는 탈북민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줄곧 북한말을 사용한 강새벽과 달리, 표준어에 가까운 군인 말투를 구사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박규영은 “의도적으로 탈북한 후 7년간 한국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표준어를 쓴다는 전제하에 연기했다”며 “주 시청자가 한국분들이신 만큼, 최대한 이질감이 없었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설정을 더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간의 흐름과 관련된 강노을, 강새벽의 이름에 얽힌 비하인드도 흥미로웠다. “감독님께서 새벽이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인물이고, 노을은 가장 짙은 어둠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공교롭게도 박규영과 정호연은 같은 소속사 식구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을 통해 배우로 첫 발을 딛은 정호연은 단번에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 공개된 애플TV플러스 ‘디스클레이머’로 케이트 블란쳇과 호흡하며,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에 박규영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영어 공부는 계속 하고 있었어요. 외신 기자분들을 만났을 때 직접 소통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아직 디테일하게 말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해서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직은 너무 먼 이야기여서 생각을 못 해봤는데, 좋아하는 배우분들과 함께 연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신기할 것 같아요. 케이트 블란쳇을 좋아하는데 정호연 씨가 만나게 돼서 정말 최고라고 얘기했었죠.”
올해 33세가 된 박규영에게 ‘오징어 게임’은 30대에서 맞이할,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1분이든 1시간이든 시간을 투자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건데 93개국 많은 시청자분이 저를 봐주신다는 게 감사해요.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네요. 이 계기로 분발해서 남은 30대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