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중-대미 수출격차 21년 만에 최소…공급망 재편 여파

지난해 대중-대미 수출격차 21년 만에 최소…공급망 재편 여파

기사승인 2025-01-06 10:11:34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거치며 21년간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중국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립 강화로 한중 공급망 분업 체계가 흔들리고,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여파로 대미 투자·수출이 늘어나면서 이들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2023년보다 6.6% 늘어난 1330억2600만달러로, 주요 10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대미 수출은 10.45% 증가한 1277억9천100만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대미 수출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으며, 8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35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03년(8억9100만달러) 이후 가장 좁혀진 것이다.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처음으로 앞선 2003년 8억9100만달러였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8년 894억500만달러로 역대 가장 컸다. 2018년 대중 수출액은 1621억2500만달러로, 대미 수출(727억2000만달러)의 2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후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19년 628억5900만달러, 2020년 584억4900만달러, 2021년 670억1100만달러, 2022년 460억2300만달러, 2023년 91억2200만달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중 수출은 줄고, 대미 수출은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월별 대중·대미 수출액 기록도 100억달러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중국과 미국 간 교역 순위 변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중 수출은 2021년 1629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2022년 1557억달러, 2023년 1248억달러, 2024년 1330억달러로 줄었다. 중국의 내수 부진, 중간재 자급률 상승 등 영향으로 한중 교역 구조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간 한중 교역 구조는 한국이 부품·소재 등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 판매하면서 서로 경제 성장 과실을 누리는 형태였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8.2%), 반도체(122.8%), 일반기계(3.6%), 컴퓨터(196.8%) 등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출 성장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2.0 시대에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할 경우 향후 대중 수출을 확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향후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립도 강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대중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분업 체계와 공급망 강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도 미국과 상호보완적인 교역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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