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3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의 지분 대결 양상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28일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 4.51%(93만4443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해 9월30일 기준으로 7.49%(156만6561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약 3%가량을 매도한 셈이다. 변동(매도) 사유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및 단순추가취득(처분)’이다.
세부적으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14일과 10월28일 각각 지분 22만8512주, 40만3606주를 매도했다. 10월14일은 MBK 측 공개매수 마감일이었으며, 10월28일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된 이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결제일이었다. 이에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일부 지분을 토대로 공개매수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일의 고려아연 종가(70만3000원, 130만1000원)를 기준으로 단순계산했을 때 국민연금은 이번 지분 매도로 약 7000~7500억원의 수익을 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고려아연 주가가 200만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간 만큼 추가 지분 매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이 4.51%로 감소했지만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의 캐스팅보트 역할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MBK 측 지분은 총 40.97%, 최 회장 측과 우호 지분은 약 33~34%로 추산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등을 제외하면 소수주주의 지분이 10% 남짓이어서 국민연금의 4%대 지분이 막대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공개매수 절차 당시 금융업계에서 국민연금에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지분 매도가 필요하다는 압박을 꾸준히 해왔다”면서 “국민연금 입장에선 국민의 돈으로 투자를 해 시세 차익을 얻어 다시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투자 본연의 의미 그대로 행동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