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준 개명 대신 ‘제일 유명한 박성훈’ 돼야죠” [쿠키인터뷰]

“전재준 개명 대신 ‘제일 유명한 박성훈’ 돼야죠”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주연 배우 박성훈 인터뷰

기사승인 2025-01-08 17:26:39
배우 박성훈.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돋보이는 역할을 맡았지만, 아직 ‘더 글로리’ 속 이름이 입에 착 붙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만큼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는 훈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젠 전재준이 아닌, 본명으로 불리고 싶은 배우 박성훈을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성훈은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특전사 출신 MTF 트랜스젠더 현주 역을 맡았다. 황동혁 감독에 따르면, 현주는 마이너리티와 선의를 상징하는 주요 인물이다. 그는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새롭고 큰 도전이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누구나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었다”고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상기했다.

용기 있는 선택이었지만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아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가 트랜스젠더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는 반응이 존재했다. 박성훈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해외에서 불만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어요. 현주의 인품보다 트렌스젠더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잘못 생각되는 부분이 강조되지 않도록 노력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시청자는 작품 속 현주를 보고 ‘단발머리를 한 박성훈’이 아니냐고 평했다. 박성훈의 해석과 황동혁 감독의 의도대로였다. “저와 감독님이 생각했던 게 ‘절대 현주가 희화화돼서는 안 된다’였어요. 이타적이고 정의롭고 배려심 강한 현주의 모습에 더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래도 현주의 여성성은 조금 묻어났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목소리는 성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호르몬제를 맞아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저음이다 보니까 감독님과 여러 톤으로 읽어봤는데 이 정도 톤이 제일 적합할 것 같았어요.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니까 본능적으로 원래 보이스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현주 캐릭터 포스터. 넷플릭스

박성훈은 ‘오징어 게임’ 시즌2와 현주의 인기가 LGBTQ(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보탬이 되길 바랐다. “현주가 트랜스젠더로 생활하면서 얼마나 많은 불이익과 차별을 당했을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민하려고 했어요. 현주가 편견을 갖고 계신 분들의 시각이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지는 계기가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습니다.”

성 정체성, 선인의 면모도 현주를 이루는 큰 줄기지만, 특전사 출신이라는 점도 후반부에서 상당히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고(故) 변희수 하사 사건에서 착안한 캐릭터가 아니냐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해, 박성훈은 “연기할 때 그분을 조금도 참고하지 않았다”며 “감독님이 캐릭터 설명 한 문장 외에는 첨언하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성훈은 전작 ‘눈물의 여왕’에 이어 ‘오징어 게임’ 시즌까지 흥행 연타에 성공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두 작품의 촬영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아침에는 트랜스젠더 연기를 하다가 저녁에는 악행을 저지르니까. 하루에 두 편을 촬영하는 날도, 밤새고 와서 아침에 촬영하는 일도 많았어요. 체력적으로는 부침이 많았지만 정서적으로는 포만감이 높았어요. 직업 만족도가 굉장했죠. 모두 손꼽히는 기대작이기도 했고, 선배님들의 연기를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소중했습니다.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어요.”

여전히 현주, 은성이 아닌 전재준으로 불리는 그다. “어느 순간은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일부러 제가 박성훈인 걸 알면서도 전 국민이 놀리고 있는 거 아닌가. 제 이름이 너무 흔해서 대중한테 탁 박히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빨리 떼어내고 싶진 않아요. 현주로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긴 했습니다. 그냥 저는 ‘제일 유명한 박성훈’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커요. 전재준으로 개명할 필요까진 느끼지 않습니다(웃음).”
 
이처럼 성공적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지만, 최근 일본 성인물 표지를 실수로 개인 SNS에 게재한 사건으로 데뷔 이래 가장 큰 질타를 받는 요즘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나날들이었는데, 제 커다란 실수로 겪는 일련의 상황들로 초심을 다 잡고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배우로서 내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도 되돌아봤고요. K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일원으로서도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