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8월 종료된 롯데렌탈 ‘묘미’ 측이 상조결합 상품 불완전판매를 당한 소비자 100여명에게 채권 추심을 예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제출 시 해지가 가능하다는 롯데렌탈과 수년전 유선으로 체결한 녹취록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소비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인 ‘리시스’, ‘대노복지단’(현 유어라이프), ‘케이비라이프’(현재 폐업)는 지난 2019년~2022년 사이 롯데렌탈 묘미, 티유디지털과 상조 결합상품을 판매했다. 해당 선불식 할부거래 업체들은 가입 유도 과정에서 장례·숙박·레저·여행·크루즈 등에 가입 시 전자제품을 ‘무료’ 또는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고 속인 뒤 장기 인수형 렌탈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쿠키뉴스는 지난해 7월 해당 업체들의 불완전판매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롯데렌탈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와 상조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판매대행사가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불공정 판매를 주도한 회사와의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다”라면서도 “묘미와 체결된 계약 중 불완전 판매로 판명되는 건에 대해 고객 피해가 없도록 책임을 다하겠다. 상조회사로 인한 고객 피해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묘미 측은 그동안 불완전판매를 당한 소비자들이 해지 요구 및 할부금 납부 거부 시 채권추심을 통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할부거래법에 규정된 항변권에 따라 잔여 할부금 납부를 거부한 소비자들에게 “추심만 일시적으로 중지할 뿐 연체 이자는 지속 발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정당하게 항변권을 행사한 경우 소비자를 채무 불이행자로 취급하지 않는다.
현재 리시스, 대노복지단, 케이비라이프로부터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본 150여명 중 청년층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묘미 측의 채권 추심 통보 이후 취업 제한, 신용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묘미로부터 채권 추심 통보를 받은 취업 준비생 김민형(가명)씨는 “묘미는 불완전판매를 당한 증거를 가져오란 말만 되풀이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3년 전에 선불식 상조 결합 상품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불완전판매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데 녹취록을 남긴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라며 “불완전판매를 입증하지 못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 취업이 더 어려워질까봐 걱정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롯데렌탈 측은 계약 해지를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렌탈 계약의 경우 단순 변심으로 해지되지 않는다. 상조 결합 상품 판매 과정에서 영업사원이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증거 없이 채권을 면제하기 어려운 이유”라며 “채권 추심 메시지의 경우 담당 부서가 할부금을 매달 납부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고객들에게 보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선 계약의 경우 대부분 녹취록이 있다. 그 증거를 찾아 제출 시 해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조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하게 판매된 상조 결합 상품은 소비자 기만 정황을 남기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자제품 판매 대기업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등록되지 않아 문제 발생 시 할부금은 받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관계자는 상조 결합 상품 콜센터 시스템을 언급하며 “인바운드 콜(고객이 거는 전화)에 대해서는 자동 녹음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아웃바운드 콜(직원이 거는 전화)은 녹음되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온라인 광고를 보고 접수하면 직원이 고객에게 전화해 가입 시 전자제품을 ‘사은품’, ‘공짜’로 제공한다고 속인다. 이는 녹음되지 않는 아웃바운드 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가입 확정 의사를 밝히면 통화 종료 후 전자제품 판매 업체의 해피콜을 통해 유선으로 계약을 진행한다. 계약서 스크립트(원고) 내용에 가입자가 동의하는 방식의 해피콜 계약에 전자제품 허위·과장 판매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는다. 불완전판매 녹취록을 찾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쿠키뉴스가 확보한 선불식 상조 결합 상품 허위·과장 판매 정황이 담긴 녹취록은 소비자 휴대전화의 자동녹음 기능으로 녹음된 것이다. 쿠키뉴스는 해당 녹취록을 롯데렌탈에 제공한 바 있다. 롯데렌탈은 리시스, 케이비라이프, 대노복지단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불완전판매를 당한 것은 인정하지만, 해지를 원하는 소비자 개개인이 이러한 녹취록을 찾아 제출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선불식 상조 결합 상품은 대기업, 상조회사, 영업사원의 역할 분담을 통해 이뤄진다.
전자제품 제조 대기업은 상조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대량 판매 물량을 확보한다. 소비자는 상조 결합 상품 가입 시 대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신뢰해 장기 계약을 체결한다.
상조회사는 비대면 모집(온라인 광고, 전화 가입)으로 모집 수당을 절감하고 장기 계약을 통해 선수금을 확보한다. 소비자에게 상조 결합 상품을 유선으로 판매 및 설명하는 영업사원은 가입 성사 때마다 수당을 받는다. 결합상품 도입 이후 이들은 더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22년 프리드라이프 상조회사 소속 영업사원은 기존 연봉 30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조 결합 상품 불완전판매의 핵심은 전자제품을 사은품으로 속인뒤 장기 계약(평균 60개월)을 체결하는 것이다. 상조 서비스와 전자제품 계약이 별도로 체결되는 상조 결합 상품은 문제 발생 시 선불식 할부거래법을 근거로 위반 행위를 판단한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전자제품 판매 업자, 상조 영업사원의 책임이 상조회사보다 가벼운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롯데렌탈을 비롯한 전자제품 제조 기업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결합 상품 판매 자체를 할부거래법에서 금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소비자에게 취약한 부분과 관련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주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업무 계획에 상조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상조 결합 상품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상조 결합 상품 선수금 관리 모니터링을 포함해 현재 기사화 되고 있는 소비자 피해 부분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