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치료제’, 왜 내겐 효과 없을까 [그랬구나]

‘기적의 비만치료제’, 왜 내겐 효과 없을까 [그랬구나]

[그랬구나]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일상 속 궁금증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기사승인 2025-01-12 06:00:06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품절대란을 일으킨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이들 제품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로, 임상시험에서 획기적인 체중 감량, 혈당 강하 등을 입증해 주목 받았다. 과연 GLP-1 계열 치료제는 그 명성만큼 효과가 확실할까. 비만이 아닌 평균 체중을 가진 사람들도 이 약물을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GLP-1 계열 치료제와 관련한 궁금증을 허양임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정하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Q.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체질량지수와 상관없이 효과를 볼 수 있나요?

허양임 교수= GLP-1 계열 치료제의 임상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임상 대상자에선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이보다 BMI가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임상을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제 처방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BMI가 25 수준인 청장년 여성입니다.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 상당수는 비싼 가격 탓에 비급여인 GLP-1 계열 치료제를 구입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목적에 맞는 처방이 가능하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Q.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되나요?

김정하 교수= 그렇습니다. 중국·홍콩·브라질·한국의 비만환자 375명을 대상으로 44주간 위고비를 투여했을 때 당뇨 전 단계 환자의 82%가 정상 혈당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허양임 교수= 여러 임상 결과에 따르면 GLP-1 계열 치료제는 기존에 출시된 당뇨병 치료제들보다 당화혈색소 감소나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뇨 환자의 경우 약물 용량과 종류를 점차 줄이면서 정상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치료의 최종 목표입니다. 합병증 예방을 위해 혈당뿐만 아니라 체중 조절도 상당히 중요한데요. GLP-1 계열 치료제가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Q. 3개월간 용량을 늘려 써도 몸무게가 줄지 않았다면 효과가 없는 건가요? 

김정하 교수= 위고비는 총 5단계로 사용합니다. 부작용이 없다면 최대 2.4mg까지 증량하고, 이를 1년 정도 유지해야 효과를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최대 용량을 유지해도 5% 미만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환자들도 있습니다. 10명 중 1명은 기대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허양임 교수= 모든 비만치료제는 사용 3개월 후 체중이 3~5% 밖에 감량되지 않을 때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땐 다른 약제로 변경해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Q. 같은 GLP-1 계열 치료제라도 효과가 다른가요?

허양임 교수= 성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 삭센다는 리라글루타이드라는 성분을 씁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성분에 따른 치료의 편의성인데요. 위고비는 GLP-1 분해 효소에 반응하지 않아 반감기가 165시간 정도로 깁니다. 삭센다는 반감기가 13~15시간으로, 하루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됩니다.

김정하 교수= GLP-1 수용체 친화성이나 작용 지속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다릅니다. 투여 방식과 비용 등을 고려해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Q. 어떤 부작용이 있을 때 투약을 멈춰야 할까요?

김정하 교수= 부작용으로는 복부 불편감이 가장 흔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당뇨 환자가 위고비를 사용하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용 전에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수면 무호흡증,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담을 갖고 위고비를 써도 무방한지 살펴야 합니다.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투약을 중단하거나 다시 시작하기 전에 처방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작용 등이 생겨 일정 기간 동안 투약을 쉬었다가 다시 맞을 때는 저용량부터 시작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허양임 교수= 임신을 원하거나 임신한 경우엔 투약을 중단해야 합니다. 임신을 원한다면 최소 2개월 전에 사용을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 반응으로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등이 일어나면 의사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또 제2형 당뇨 환자는 저혈당, 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투여해야 합니다. 

Q. 비만치료제 투여 중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해도 되나요?

허양임 교수=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했을 때 체중 감소 효과가 높아진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약제 종류가 많아질수록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치료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섭취해야 합니다.

김정하 교수= 권하지 않습니다. 의약품으로 허가된 약물보다 효과적인 건강기능식품은 없습니다.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과 비만치료제를 함께 사용할 때 안전하다는 사실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Q. GLP-1 계열 치료제에 대해 관심이 큰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세요.

김정하 교수= GLP-1 계열 비만치료제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비만 환자라도, 다른 경구제나 보조요법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작용이나 주사제에 대한 부담 때문입니다. 모든 약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시도해보지 않으면 부작용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스스로 주사를 놓는 것에 대한 염려도 많은데요. 대개 교육을 받으면 시행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만약 BMI 지수가 27~30 정도인 고도비만 환자라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이용해보길 권장합니다. 주치의와 상의해보시길 바랍니다. 

허양임 교수= 일단 내가 이 약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더불어 다른 약제에 비해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반감기가 긴 만큼 부작용과 효과를 확인하며 사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효과가 좋은 약들은 투여를 끊었을 때 체중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구나. 기적의 약으로 불리는 GLP-1 계열 치료제도 사람에 따라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단기간 사용해서는 효과를 충분히 끌어올릴 수 없다. 최대 용량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1년 동안 투약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자. 무엇보다 자신이 치료제를 쓰는 BMI 기준에 적합한지, 기저질환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는 없는지 등에 대해 의사와 충분히 상담을 갖고 처방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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