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탄핵정국’이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헌법재판소와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에 집중되고 있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조기 대통령선거 가능성과 이어지는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2026년에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인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현직 자치단체장과 전북 정치권은 지방선거에 대비한 몸 풀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다.
무엇보다 전북특별지치도 도백에 대한 하마평은 빠르게 점화되고 있다. 가장 먼저 전북도지사 출마의 포문을 연 인사는 정헌율 익산시장, 그동안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던 정 시장이 지난 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시장은 3연임 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최근 들어서 종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 익산에서도 지사 나올 때가 됐다는 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인데, 신중하게 판단할 사안이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현 지사님이 잘하고 계셔서 출마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현재 고민은 깊이 하고 있는데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익산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정 시장이 도지사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출신으로 익산시장을 세 차례 지내며 ‘행정의 달인’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터라 익산 출신 도지사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정 시장은 지난해 6월 민선 8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는데 요새 정치적 행보에 대한 얘기를 부쩍 많이 듣는다”며 “지금 얘기하는 것은 시정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지금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정 시장은 정치권과의 탄탄한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고, 54년 만에 새 익산시 청사를 완공해 입주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익산 출신이지만 전주고와 전북대를 졸업하고 행정에 입문, 전주와 익산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고가 강점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전북도지사 선거가 소위 ‘소지역주의’ 경향을 보이며 ‘전주 출신 대 익산·군산 출신’의 대결 구도를 보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정 시장이 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경우 현 김관영 지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익산 출신 전북도지사가 1995년 제1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유종근 전 지사 이후 30년 동안 없었던 점도 익산 지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유 전 지사는 ‘국민의 정부’ 출범 후 치러진 제2기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해 도지사 재선에 성공했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아직 재선 도전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지난해 5월 익산시청 방문에서 재선 출마를 시사해 공식 발표를 언제 할 것인가만 남아 있지 도전은 사실상 확정적이란 전망이다.
김 지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뤄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지사는 임기가 1년 반 남아 있지만 올해가 도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주는 마지막 해로 남은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김 지사에게 남은 1년 반이란 시간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 같다.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 통합 행정조직 출범, 갑작스럽게 꺼내든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등 전북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과제가 대기 중이다. 모두 김 지사 정치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또 올림픽 유치 도전 발표에서 보았듯이 행정 편의주의와 지역 정치권과의 소통 부족, 전주·완주 통합 논의에서 야기되는 파열음, 공직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김 지사의 인사스타일 등 '독불장군식 일방통행'이란 비판과 리더십 논란도 넘어야 할 과제다.
전북도지사 선거 후보군에는 꾸준히 하마평이 나오는 중진 의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김 지사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안호영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안 의원은 3선 연임 국회의원으로 출마 의지가 강하다는 후문이다.
역시 3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윤덕 의원의 행보도 관심이다. 모두 인정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 속에 이 대표의 변화에 따라 김 의원의 선택도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출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지만 4선 국회의원으로 지난해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전북의 자존심을 보여준 이춘석 의원 또한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힌다, 전북의 ‘큰 인물론’을 주장하는 정동영 의원(4선)과 전북도정을 어느 정치인보다 잘 아는 이원택 의원(재선),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잠재적 지사 후보군으로 평가되던 김성주 전 의원 등도 출마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항시 도전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후보군은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하고 아직은 지방선거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라며 주춤하고 있지만 지방선거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두 ‘전장의 장수’처럼 출전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일당 독주 구도가 더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조국혁신당이나 호남지역에 꾸준히 후보를 내고 있는 진보당이 얼마나 약진할지 모르겠지만 ‘찾잔 속 미풍’이 될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은 후보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그래왔듯 민주당의 공천 경쟁으로 전북도지사가 결정될 것이다.
도지사의 역량이 지역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는 도민 모두 잘 알고 있다. 현 김 지사, 처음으로 도전을 시사한 정 시장, 중진 의원들 모두 중요한 지역의 자산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전북의 미래를 이끌어 갈 비전을 제시하고, 보다 나은 전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 도민의 간절함에 호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