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든타임 놓칠라…“한국은 공백 사태, 통상 인맥 가동해야”

트럼프 골든타임 놓칠라…“한국은 공백 사태, 통상 인맥 가동해야”

트럼프 2기, 철강 산업 포함한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예고
“현대자동차, 현대 제철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
국내 생산 기반 및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최고 지도자 공석으로 충분한 의사 교환 어려워”

기사승인 2025-01-21 18:22: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여러 행정명령 등에 서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미국의 희망 비전을 제시한 만큼 한국의 혼란 사태를 시급히 수습하고 다양한 외교 채널을 운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의 해방’ 행정명령을 내고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와 천연자원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명시하고 소비자의 진정한 차량 선택을 제한하는 규제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것으로, 세액 공제나 보조금 지급 등 한국 자동차·배터리 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본부 본부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철강 산업을 포함한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 제조 인력 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당시 수입 철강재에 25% 일괄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2기 행정부에서는 이러한 보호무역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을 포함한 한국 철강 기업들은 현재 쿼터제 적용을 받고 있다. 

정 본부장은 “대중국 리스크는 훨씬 심화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는 중간재 부품이 많다. 미국이 온쇼어링(자국 내 생산)을 강조할수록 현대자동차, 현대제철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매우 호조였다. 2년 연속 7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한다”며 “문제는 온쇼어링을 강조할수록 수출이 현지 생산으로 전환된다. 자동차용 철강재 조달이 어려워 현대제철이 첫 해외 제철소를 미국에 짓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현대제철이 미국에 첫 해외 제철소를 건설할 경우 국내 생산 기반 및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하고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동차용 강판 생산이 미국으로 이전될 경우 국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또다른 통상 전문가는 탄핵 정국과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에 맞서 기업이 직접적인 네트워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한국은 탄핵 정국 때문에 당분간 발 빠른 외교 소통이 어려워 산업부, 외교부를 적극 활용하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별로 미국, 일본 등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피력하는 등 자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미국, 일본의 지사를 통하거나 주 정부나 지방 정부에 직접적인 협상 및 컨택을 시도하는 등 자력 구제 방안이 더 필요한 시국”이라고 말했다. 

탈중국 심화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정책으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부터 중국 견제 정책이 지속되면서 이미 한국의 많은 기업이 탈중국화를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트럼프 집권 초기 골든타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책연구기관 등 관계기관장들과 만나 “미국 신정부가 주요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집권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향후 우리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민·관·산·학의 모든 채널을 총동원해 미국 신정부와 긴밀히 소통·협의하며, 상호 호혜적 관점에서 한미 간 윈-윈하는 경제협력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민간 차원에서 추진 중인 대미 경제외교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조병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석좌교수는 탄핵 정국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현재 최고 지도자의 공석으로 국가 간의 충분한 의사 교환이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공백 상태를 신속히 해소한 후에야 향후 산업별 대책 조율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캐나다 등 각국의 지도자들이 직접 트럼프를 찾았고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한 행보들이 꾸준히 포착됐다”며 “트럼프를 상대로 한 심리전은 최고 지도자가 공석인 상황에서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협력 시에 우리가 해줄 수 없는 분야가 무엇인지, 불가피하게 해줘야 한다면 어느 쪽에서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할까를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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