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부정적 경기 전망이 35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대 최장기 부진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2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8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BSI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2년11개월 연속 100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에 이어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을 경신하고 있다
전망치가 아닌 실적치 역시 3년 연속으로 100을 밑돌았다. 지난달 BSI 실적치는 87.3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2년 9월 이후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다.
업종별 다음 달 경기 전망은 제조업(93)과 비제조업(81.4)에서 동반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비제조업이 더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제조업 BSI는 지난 4월부터 11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으나 전월 대비 8.8포인트 반등했다. 반면 비제조업은 지난달에 비해 더욱 악화되며 지난 2022년 7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세부 업종(총 10개) 중에서는 반도체 장비 등이 포함된 △일반ˑ정밀기계 및 장비(126.3)와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 및 통신장비(105.3)가 호조 전망을 보였다. 한경협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조가 올해 초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68)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69.2) △석유정제 및 화학(85.7) △목재 가구 및 종이(87.5) △식음료 및 담배(93.3) 등은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총 7개)은 △정보통신(56.3) △건설(76.2)을 비롯한 전 업종의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비제조업의 모든 세부 업종이 부진한 것은 지난 2020년 7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경협은 국내 소비 부진 등의 악영향으로 부정적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풀이했다.
2월 조사 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특히 내수(86.2)는 2020년 8월(82.7) 이후 4년 6개월만, 투자(87.9)는 2020년 9월(84.6)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코로나 시기 이후 가장 악화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출(97.5)은 전월(90.2) 대비 7.3포인트 상승하면서 100에 근접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환율과 유가 상승,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심리가 매우 악화되고 있다”며 “기업심리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고용 등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으므로 소비·투자 촉진을 위한 무쟁점 민생·기업지원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고, 상법 개정안 등 기업 활력을 저해하는 입법 논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