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으로 혁신적인 챗봇을 내놓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글로벌 AI 3강이라는 목표를 세운 한국도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통해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AI 시장 강타한 ‘딥시크’가 뭐길래
28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지난 20일 AI 모델 ‘R1’을 선보였다. 딥시크는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한 AI로, 직접 질문하고 논리 문제를 풀고 자체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능력을 갖췄다.
성능 우위도 이미 입증했다.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딥시크-R1’이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의 ‘o1(오원)’을 일부 능가했다. R1은 미국 수학경시대회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도 79.8%의 정확도를 기록해 o1(79.2%)을 앞섰고, 코딩 테스트에서는 65.9%의 정확도로 o1(63.4%)보다 나은 결과를 보였다.
특히 미국 빅테크들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들었다는 점에서 전세계 AI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딥시크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딥시크의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 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그쳤다는 내용이 담겼다. AI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2000여개가 쓰였다. H80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만든 중국 수출용 제품으로, 성능을 낮춰 훨씬 더 저렴하다.
그간 미국의 AI 선두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첨단 칩 수만여개를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해왔다. 오픈AI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AI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데 1억 달러(약 1430억원)에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글로벌 AI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AI 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가운데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미국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미국 내 무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딥시크의 등장에 미국 주식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27일(미국 동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3.07% 빠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46% 급락했다. AI 칩의 선도적 공급업체인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17% 폭락했다. 또 다른 AI산업 수혜주 브로드컴(17.40%), 마블테크놀로지(19.10%), 마이크론테크놀로지(11.71%) 등도 유탄을 피할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딥시크 쇼크’ 상황에 대해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의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개최된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에서 “그것(딥시크의 AI 개발)이 긍정적인 일이고 자산이라고 본다. 그것이 정말 진실이라면,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왜냐하면 여러분도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글로벌 AI 3강 목표…AI에 대규모 투자해야”
한국도 AI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딥시크 충격,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세계가 깜짝 놀랄 혁신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 의원은 딥시크의 AI 개발에 대해 “저만치 앞서 가던 미국의 AI 거대 빅테크를 중국의 스타트업이 이토록 일찍 따라잡은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면서 “글로벌 AI 3강이라는 목표를 세운 우리로서는 정말 두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미국· 중국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 기술 혁신을 위한 미래지향적 제도 마련, AI 전문 인재와 스타트업 집중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미래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며 빛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나라가 둘로 갈라져 정쟁만 벌이며 오히려 경쟁에서 멀어지고 있는 점이 개탄스럽다”면서 “재판은 사법부에 맡기고, 정부와 여야는 민생 경제와 미래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미래 산업의 핵심인 AI에서 뒤처지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쓴소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