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 드문 신비한 겨울철 자연현상
- 강추위와 포근한 날씨 이어지면서 다양한 형태 얼음조각 형성
어두운 폐터널 안으로 스며든 빛이 바닥을 반짝이게 만든다. 작은 것은 10㎝, 큰 것은 1m가 훌쩍 넘는 얼음 기둥들이 터널 속에서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자연이 겨우내 빚어낸 작품 ‘역고드름’이다.
강추위가 전국을 얼어붙게 만든 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 자락의 폐터널을 찾았다. 한때 경원선이 지나던 이 터널은 높이 약 2.5m 폭 10m 규모로 내부에는 300여 개의 역고드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연천 역고드름은 동굴에서 자라는 석순처럼 바닥에서 위로 자라지만 저마다 다른 형태로 성장한다. 특히 찬바람이 몰리는 폐터널 입구에 집중적으로 형성되며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신비로운 겨울철 자연현상으로 꼽힌다.
승빙(乘氷)이라고도 불리는 역고드름은 2005년 한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연천군청의 허가를 받아 안전모를 착용하고 내부로 들어가 보니 역고드름은 마치 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기를 업은 엄마, 독수리, 마애불상, 기도하는 여인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상이 펼쳐졌다.
전라북도 진안군 마이산 은수사의 역고드름이 물그릇에서 겨울마다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자라는 것과 달리 연천 역고드름은 대부분 수직으로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연천=글·사진 곽경근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