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빚어낸 겨울 진경 연천 ‘역고드름’

한파가 빚어낸 겨울 진경 연천 ‘역고드름’

연천 고대산 폐터널은 자연 얼음 조각 전시장 

기사승인 2025-02-05 08:27:53
‘겨울 속으로, 연천 역고드름 절경’
입춘이 지나고 봄을 맞이할 시기인 2월, 한반도에 갑작스러운 강추위가 몰아쳤다. 4일 아침 최저기온은 대관령 영하 19도, 철원 영하 18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이날 오전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 자락에서는 역고드름이 장관을 이뤘다. 

- 보기 드문 신비한 겨울철 자연현상
- 강추위와 포근한 날씨 이어지면서 다양한 형태 얼음조각 형성

어두운 폐터널 안으로 스며든 빛이 바닥을 반짝이게 만든다. 작은 것은 10㎝, 큰 것은 1m가 훌쩍 넘는 얼음 기둥들이 터널 속에서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자연이 겨우내 빚어낸 작품 ‘역고드름’이다.
다양한 형태의 군상이 서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강추위가 전국을 얼어붙게 만든 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 자락의 폐터널을 찾았다. 한때 경원선이 지나던 이 터널은 높이 약 2.5m 폭 10m 규모로 내부에는 300여 개의 역고드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연천 역고드름은 동굴에서 자라는 석순처럼 바닥에서 위로 자라지만 저마다 다른 형태로 성장한다. 특히 찬바람이 몰리는 폐터널 입구에 집중적으로 형성되며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신비로운 겨울철 자연현상으로 꼽힌다.
‘다양한 형태의 역고드름’
10cm도 채 안 되는 작은 것부터 1m가 넘는 수백 개의 얼음 기둥이 군상(群像)을 이루며 터널 천장을 향하고 있다. 터널 입구의 대형 빙주 뒤로 줄지어 자라는 역고드름은 대부분 촛농이 떨어진 양초나 대나무를 닮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저마다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자연이 빚어낸 얼음 조각 작품들이 터널 속에서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승빙(乘氷)이라고도 불리는 역고드름은 2005년 한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연천군청의 허가를 받아 안전모를 착용하고 내부로 들어가 보니 역고드름은 마치 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기를 업은 엄마, 독수리, 마애불상, 기도하는 여인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상이 펼쳐졌다.

전라북도 진안군 마이산 은수사의 역고드름이 물그릇에서 겨울마다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자라는 것과 달리 연천 역고드름은 대부분 수직으로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바위에 새겨진 여인상처럼 보인다.

야생조류 한 마리가 바위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듯한 형상이다.


고대산 자락에 위치한 폐터널이 시대적 아픔을 간직한 채 남아 있다. 이 터널은 일제강점기 서울 용산과 강원도 원산을 잇는 철도 공사가 진행되던 중 일본의 패망과 함께 공사가 중단되면서 미완성된 채 방치됐다.
6·25전쟁 당시 이 지역이 이북 지역에 속하면서 미군의 폭격을 받았고, 그 여파로 터널 위쪽에 균열이 생겼다. 이후 독특한 자연현상이 더해지면서 매년 겨울이면 이곳에서 역고드름이 생성되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연천 역고드름은 터널 위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자라는 고드름과 땅에서 솟아나는 두 종류의 고드름이 어우러져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겨울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4일 연천 역고드름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폐터널 안의 역고드름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연천=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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