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보다 적금이 나을까요” 갈 길 먼 국내 펫보험

“보험보다 적금이 나을까요” 갈 길 먼 국내 펫보험

기사승인 2025-02-05 06:00:09
지난 2019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펫서울 & 카하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반려견과 함께 전시장을 살펴보고 있다. 박효상 기자

보험업계가 펫보험 시장 선점을 위해 보장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적금이 낫다’는 불만이 나온다. 펫보험 가입률은 1.8%로 여전히 1%대다. 국내 펫보험 상품의 한계를 짚어봤다.

예방접종 제일 많이 하는데 ‘보장 안 돼’

펫보험 가입을 고민하던 8세 강아지 반려인 A씨는 보험 대신 적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A씨는 “보장 범위가 좁아 적금이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A씨처럼 펫보험 가입을 고민하다가 적금을 개설한 반려인들은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을 문제로 꼽았다.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은 반려동물이 병원을 찾는 주된 이유다. 지난해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동물병원 방문 목적 1위는 예방접종(반려견 57%, 반려묘 51%)이었다. 2위는 건강검진(반려견 39.8%, 반려묘 45.5%)였다.

하지만 펫보험을 출시한 5개 주요 손해보험사(메리츠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펫보험 약관을 보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려고 진행하는 건강검진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 치료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다. 예방접종도 마찬가지다.

만 10살 넘기면 가입 불가…‘어릴 땐 아프지도 않은데’

반려동물이 어릴 때는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을 제외한 치료를 할 일이 거의 없다. 그만큼 상해나 질병의 치료를 보상하는 펫보험에 가입해야 할 필요성도 적다. 5세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B씨는 펫보험을 들지 않았다면서 “병원을 자주 가지 않고 두 마리 모두 매우 건강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 그때부터는 보험 필요성이 커진다.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4세 이하 반려동물은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다음으로 기본 관리를 받으러 병원에 간다. 반면 5세를 넘기면 급성 질병이나 상해, 치료(31.5%), 9세 이상은 만성 질환 치료와 관리(39.1%)가 주된 치료 비중을 차지한다.

나이가 들고 나서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면 이미 늦다. 펫보험 가입 연령이 만 10세 미만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역시 펫보험 대신 정기적금을 든 15세 강아지와 3세 고양이 반려인 C씨는 “가입연령 제한 때문에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가입 직전 3개월 이내 치료‧수술‧입원을 한 반려동물이라면 연령이 만 10세를 넘기지 않아도 펫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보험업계 “펫보험은 실손보험…예방 보장 어려워”

보험업계는 치료 목적이 아닌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은 보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의 구조는 사람의 실손건강보험과 같다”면서 “치료비가 나가면 자기 부담금을 빼고 일부를 돌려주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가입 연령에 대해서는 “만 8세에서 만 10세로 인상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펫보험 가입 연령은 지난 2023년 5월 메리츠화재를 필두로 확대됐다.

입원이나 수술 이력이 있는 반려동물의 보험 가입 제한은 “치료 이력이 있는 유병견/묘의 보험이 최근 출시된 만큼 보험요율을 산정할 수 있을 정도의 통계가 더 쌓여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메리츠화재는 3개월 이내 치료 이력이 있어도 입원이나 수술 이력이 없다면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형 ‘펫퍼민트’ 보험 상품을 내놨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펫보험 가입률은 1.8%로 높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22년 집계한 반려동물 양육수 추정치를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10대 손해보험사가 보유한 펫보험 건수로 나눈 값이다. 양육수 추정치는 798만8513마리, 펫보험 건수는 14만4884건이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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