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능성’과 ‘가성비’를 내세운 의류 브랜드들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는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LF,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5대 패션 대기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29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영업이익은 2503억 원으로 16% 하락했다.
그러나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브랜드는 고공행진 중이다. 일상 운동복 등을 취급하는 에슬레저 브랜드인 젝시믹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9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8.3% 늘어난 200억원을 기록했다.
안다르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744억원, 영업이익은 249억원을 기록해 각각 21%, 89%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에슬레저 의류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운동복은 일상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경우가 많다”며 “운동복과 일상복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기능성 좋은 일상복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구매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가성비’를 내세운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도 호실적을 쓰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스파오는 지난해 온라인 매출이 1700억원으로 전년(1200억원)보다 42% 늘었다고 밝혔다. 온라인 판매량이 스파오 전체 매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전보다 3%포인트 높아진 28%로 집계됐다.
유니클로는 2024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한국 시장 매출이 1조6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489억원으로 5.4% 늘었다.
국내 토종 스파 브랜드 성장도 무섭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은 지난해 사상 최고 매출인 9700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탑텐은 코로나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스파 브랜드가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의 한 스파 브랜드 매장을 찾은 김모(41·여)씨는 “유행 타지 않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사고 싶어서 이런 스파 매장을 자주 찾는다”며 “가격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크게 튀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철이 지난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시즌오프’ 옷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연말연초(2024년 12월16일~2025년 1월12일) ‘시즌오프’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배 이상(1714%) 급증했다고 전했다.
시즌 오프와 같은 의미를 가진 ‘클리어런스’ 검색량도 2배 이상(119%)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가성비가 좋은 옷들이나, 운동·일상·출근 등 여러 군데 활용 가능한 기능성 옷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당분간은 사치성 소비로 분류되는 중·고가의 의류보다는 가성비가 좋은 옷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