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취재진담]

연금개혁,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2-05 08:39:00

국민들의 노후 대비를 위한 곳간이 활활 타고 있다. 국회는 어떻게 불을 끄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을지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다. 정부는 이미 대책을 내놨다며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금개혁 논의를 요약하자면 그렇다. 

최근 탄핵 정국 이후 공회전하던 연금개혁 논의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매듭짓자”고 제안했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필요하면 민주당과 연금개혁에 관해 얼마든지 논의할 생각”이라고 화답하면서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이 또 엇갈렸다. 국회는 지난달 23일 국민연금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어 연금개혁 논의를 재개했지만, 의견차만 재확인했다. 특위를 구성해 기초·퇴직연금까지 포함하는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여당, 일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야당.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8개월째, 여야는 지금껏 어디서, 어디까지 논의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국민 입장에선 그리 대단치 않은 이유로 입씨름만 이어간 것이다.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사이, 국민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연금 부채가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하루에 885억원 정도의 연금 부채가 쌓이는데, 1년이면 32조원에 달한다. 이대로 가다간 오는 2056년 연금 곳간이 바닥난다. 심지어 당장 2년 뒤인 2027년,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급여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금을 깨서 자산을 매각하면, 높은 운용수익률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여야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내는 돈)을 13%로 인상하는 안에 합의한 바 있다. 1998년 9%로 올린 이후 21년만의 성과다. 소득대체율을 두고 42%(정부안)~44%(21대 국회 모수개혁 합의안) 사이 이견은 있지만, 양측의 의견을 좁혀나가면 될 일이다. 모수개혁만 처리할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을 10년 남짓 늦출 뿐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당장은 고갈 시점 연장도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이 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큰 이견이 없는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군 복무 크레딧 확대, ‘줬다 뺏는 기초연금’ 제도 개선 등도 연금개혁 논의와 연동해야 한다는 이유로 줄줄이 밀리고 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모수개혁안부터 처리한 뒤 구조개혁 논의를 단계별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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