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올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자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가운데 만성질환을 앓는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은 국내 성인 5명 중 2명이 가진 흔한 질환으로, 매년 유병률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특징적인 증상은 없으나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중증 질환을 초래할 수 있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약물 복용이 가장 확실한 치료 방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박정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함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Q. 국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어느 정도이며 특징은 무엇인가.
A. 최근 10년간 고혈압, 당뇨병 유병률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상지질혈증은 매년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층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304만2598명으로, 2019년(219만7113명) 대비 약 38% 늘었다. 또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24’를 보면 20대 남성의 유병률은 22.8%, 40대 남성은 54.6%로 젊은층에서 중년층으로 갈수록 유병률이 급증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Q.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는 꼭 먹어야 하나.
A. 치료의 첫 단계는 식생활 습관 개선이다. 그러나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은 대다수의 환자는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저밀도지질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의 80%가 체내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대표적 치료제인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마비와 뇌졸중 발생 위험을 줄이는 등 심혈관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필수적인 치료로 권장된다. 무엇보다 당뇨병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을 7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인데, 한국인 당뇨 환자의 44%는 LDL 콜레스테롤이 10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어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Q. 스타틴 제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은 없나.
A. 스타틴은 수많은 임상시험과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이다. 근육통이나 혈당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드물게 보고되지만, 대부분은 용량을 조절하거나 약물을 변경해 관리할 수 있다. 혈당 수치가 올라가더라도 이는 경미한 수준이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합병증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Q. 당뇨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관리는 스타틴 단독요법으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가.
A. 스타틴 단독요법은 LDL 콜레스테롤이 100 이상인 환자가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 효과를 나타낸다. 국내 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스타틴 계열 약물인 ‘아토르바스타틴’을 투여한 환자의 90% 이상이 LDL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에 도달했다. 다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60 이상으로 높은 경우 스타틴 단독요법만으로는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를 고려한다.
Q. 이상지질혈증 환자 중 특히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그룹이 있다면.
A. 당뇨병 환자는 이상지질혈증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심혈관질환뿐만 아니라 신장(콩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만성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당뇨 환자는 일반인보다 만성신질환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신장학회는 이를 고려해 투석을 하지 않는 당뇨병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스타틴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복용을 권고하고 있다. ‘아토르바스타틴’은 다른 스타틴 제제에 비해 신장 배설 비율이 2% 미만으로 매우 낮은 만큼 신장 기능 이상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와 만성신질환 환자에게 처방을 고려할 수 있다.
Q. 치료제 복용을 망설이는 환자에게 조언해준다면.
A. 젊은 나이에 고혈당과 고콜레스테롤 상태를 오래 겪으면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는 당뇨병 환자는 장기적인 합병증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신장과 지질 수치 관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협심증, 부정맥,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 관련 병력이 있는 경우 혈관 관리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교적 낮더라도 스타틴 제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화되더라도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치료 전 상태로 쉽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틴 제제는 오랫동안 복용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복용을 중단하고 싶다면 의사와 충분히 논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