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자율지침, 일명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두고 자산운용업계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의견이 엇갈렸다.
금융위원회와 ESG기준원은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ESG기준원 개최, 금융위 후원으로 열렸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주식시장 발전을 위해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4대 연기금과 133개 운용사를 포함하여 239개 기관투자자가 가입하는 등 참여가 활성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2016년 제정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변화한 자본시장 현실에 적합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곽준희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종주국인 영국은 규율 정도가 가장 강하다”며 “한국은 가입을 위한 사전심사는 있지만 사후심사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일본은 현재 3차 개정을 논의 중”이라며 “영국처럼 강한 규제가 아님에도 이행이 잘 되는 이유는 일본공적연금(GPIF)의 평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GPIF는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책임을 얼마나 했는지를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다”며 “GPIF 수탁기관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현황은 2017년부터 꾸준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개정 필요성엔 공감하지만…국민연금관리공단과 자산운용업계 의견 갈려
전문가의 설명에 업계 의견은 갈렸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자산운용업계는 평가 기준과 자산군 확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관리공단 실장은 “도입 후 9년이 지난만큼 지금이라도 빨리 개정해야 한다”며 “적용대상 자산군 확대와 이행수준 점검이 논의의 주된 방향”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원정 삼성자산운용 전략기획팀장은 “이행점검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누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ESG기준원이 평가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ESG기준원은 자산운용사가 자문을 맡기는 고객”이라며 “ESG기준원이 평가를 진행하면 이해상충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군 확대에 대해서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센터장은 “적용 자산군 확대는 시기를 두고 필요하다”며 “상품 라인업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점을 고려하면 당장 자산군 확대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와 ESG기준원은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