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신이 검사 시절 기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1·2심 모두 무죄를 받은 것과 관련해 “공소 제기 담당자로서 법원을 설득할 만큼 기소논리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를 계기로 삼성이 새롭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재도약하는 발판이 돼 국내 경제 기여하길 국민 한 사람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이 회장의 2심 판결 결과와 관련해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당시 수사를 이끈 바 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지난 3일 이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등 혐의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원장은 이번 재판을 근거로 자본시장법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버랜드 전환사채부터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까지 사법부는 어쨌든 법 문헌의 해석만으로는 설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주주 보호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법 해석에 의지하기보다는 자본시장법 등을 포함한 법령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오히려 자명해졌다”며 “정부는 이미 주주 가치 보호 원칙과 합병 및 물적 분할에 있어서 적정한 가치 평가 등을 담보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 법제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법조계의 그런 결론을 저희가 정책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퇴직연금과 관련한 장기투자 활성화 주제가 논의된 것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민연금까지 해서 지난해 TF를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합의점 도출에 노력했다”며 “지난해 말 부처 간 의견이 조율된 합의안이 마련됐다. 다만 2%대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데 근로자에게 강제적으로 들어가게 설득이 가능한지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중 최종적인 결론을 낼 수 있게 계획하고 있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선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적대적 M&A 경쟁이 과열되면 회색지대를 넘어 시장 교란에 이를 수 있다.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상당한 수준의 조사·감리 등이 진행돼 증권선물위원회, 검찰 등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