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면 10년 후 의사 1만명 이상이 과잉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협 연구원)은 2035년까지 의사 인력 공급·수요를 추계한 연구 결과를 담은 ‘한국 의대 정원 확대, 정말 필요한가’라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정부안대로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 늘려(2025학년도 1509명) 5년간 유지할 경우와 증원 없이 2024학년도 의대 정원을 유지하는 경우로 나눠 의사 근무일수에 따른 4가지 시나리오로 의사인력 수급을 예측했다. 의료 수요는 2022년 성별·연령별 1인당 의료 이용량, 인구 전망 등을 토대로 산출했다.
연구 결과, 정부안대로 의대 정원 증원을 5년간 유지할 경우 한국 의사의 근무일수 연 289.5일을 적용하면 2035년엔 의사 수요보다 1만1481명이 초과 공급될 것이라는 추계가 나왔다. 증원 없이 2024학년도 의대 정원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289.5일 근무 시나리오에선 3161명이 과잉되고, 주 5일 근무에 가까운 근무일수인 265일을 적용한 시나리오에선 9691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2035년 의사가 1만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연구진은 “2035년에 의사 1만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은 의사 근무일수를 과소 추정한 265일을 적용했을 때 비슷하게 나왔다”면서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 지역의료 붕괴 등 복잡한 의료 문제를 단순히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의사 숫자만 늘리면 낙수효과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회가 원하는 의사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합리적 중장기 의사 수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선 의료 제공자와 관계기관 논의를 통해 미래 의료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진행 중인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 참여로 이뤄졌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나머지 3개 팀의 연구 결과도 곧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비대위에선 4개 연구팀이 참여하는 (의사 수 추계 관련) 토론회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