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합성니코틴 규제…국회는 방치 말아야 [취재진담]

구멍난 합성니코틴 규제…국회는 방치 말아야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2-07 17:22:41 업데이트 2025-02-07 17:25:02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에 한정돼 있다. 때문에 화학물질을 합성해 제조한 합성니코틴은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다.

이렇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합성니코틴은 담배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반 담배에 부착하는 경고문구나 경고사진 부착 의무가 없다. 온라인 판매나 홍보도 가능하다.

특히 청소년에게 노출될 우려도 높다. 구매 경로가 다양해지고 무인자판기까지 등장하며 청소년들은 일반 담배보다 합성니코틴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규제 공백을 악용하는 일부 업체들은 허점을 노려 SNS에서 청소년 대상 마케팅을 펼친다. 실제로 검색포털에는 ‘전담(전자담배) 뚫리는 사이트’, ‘청소년 담배 사이트’, ‘미자(미성년자) 전담 사이트 추천’ 등이 전자담배 연관검색어로 나타난다.

국가 세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담배에는 개별소비세·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건강증진부담금 등이 부과된다. 그러나 합성니코틴 제품은 이 같은 세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재부·관세청·식약처·전자담배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입법 공백으로 인해 지난 4년간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3조3895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켜 규제해야 한다는 청소년보호단체 등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심지어 전자담배업계도 규제를 원한다. 취재 중 만난 다수 전자담배업계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합성니코틴 제품을 담배에 포함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도화된 시장에서 규제에 맞춰 정당하게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공백인 사업을 하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제품 생산자인 업체가 정부에 ‘제발 법 개정을 통해 합성니코틴을 규제를 해달라’고 애원하는 아이러니가 일어난 셈이다.

주관부처인 기획재정부도 지난해 합성니코틴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때아닌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기대를 모았던 합성니코틴 규제는 사실상 방치돼 있다. 기재위는 오는 10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11일 조세소위원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위는 이달 열릴 소위에서 국민 건강 보호와 조세 형평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메꾸지 못한 규제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