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권주자들, 명태균 특검 사슬에 ‘발목’ 

여권 대권주자들, 명태균 특검 사슬에 ‘발목’ 

기사승인 2025-02-09 06:01:04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홍준표 대구시장. 쿠키뉴스 자료사진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 등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여권 대권주자 입지가 더 위태로워졌다. 더불어민주당이 특검을 앞세워 직접 피의자 색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검 칼끝은 오 시장을 겨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오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 문항이 설계됐고, 이 과정에 금품이 오갔다는 증언이 나온 것. 오 시장은 그러나 명 씨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한 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고소한 상황이다. 

민주 “명태균 특검 추진”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새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성준 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6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국민 뜻을 모아 명태균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입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명태균 게이트 진상 규명에 앞장서는 이유는 명태균 게이트가 12·3 비상계엄 도화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에 따르면, 검찰은 ‘황금폰’으로 불리는 명 씨 휴대폰에서 명 씨와 대통령실 관계자(대화명 ‘윤석열 대통령’)가 소통한 흔적이 있는 대화방을 발견했다. 이 대화방엔 지난 2023년 1월부터 2월까지 약 한 달 간 대통령 일정 4건과 관련 브리핑 자료나 소셜미디어 링크가 업로드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은 또한 비상계엄 선포 배경엔 ‘황금폰’ 공개 압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황금폰’엔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공천에 개입한 증거가 담긴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비상계엄 직전까지만 해도 명태균 국정농단이 정국의 핵이었다”면서도 “지금 창원지검은 황금폰을 압수했지만 그 어떤 수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내일(10일)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단장 서영교) 회의를 기점으로 법 추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오·홍 “명태균과 무관”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진행한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명 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개입해 단일화를 이끌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일축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엔 법률 대리인을 통해 명 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관한 신속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창원지방검철청에 제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오히려 “조사해도 나올 게 없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홍 시장은 6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나를 잡으려고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 한다고 한다. 한번 해보시라”며 “사기꾼이 감옥에 가서도 민주당과 짜고 발악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나오는 거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적어도 홍준표는 그런 사기꾼에 엮이지 않는다. 명태균 황금폰에 수만 건 포렌식으로 조사 했다는데 전화 한 통, 카카오톡 한 자 안 나올 것”이라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홍준표는 그런 사기꾼에 엮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명태균 ‘입’에 달렸다”

평론가들은 입장을 삼갔다. 수사 중인 사건이고 아직은 의혹에 불과하므로 쉽게 예단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사자들이 부정하는데 그들에 대해 함부로 추측하거나 주장하는 건 위험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탄핵에 관한) 헌재 판단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고,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오 시장, 홍 시장과의 관계는 명 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명확한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대선정국이 길어야 두 달인데, 여당 내 대선후보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며 “명태균 말 한 마디에 의해서 후보가 바뀔 수 있다. 여당도 이재명 대표 사법 문제를 비난하는데 범죄 가능성이 있는 자를 후보로 내세우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 때쯤이면 진실규명이 아니라 명태균 입에 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검법을 추진하는 이유가 본선에서 이재명 대표와의 접전이 예상되는 오 시장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선 경쟁력은 오 시장이 이 대표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 예상되니까 (특검법은) 오 시장을 겨냥했다고 봐야한다”며 “여론조사 비용 액수가 커서 그게 조금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증언에 따르면 명 씨는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오 시장 측근으로부터 송금 받았다. 또 다른 증언에선 오 시장 측근이 수십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사건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엄 소장은 “오 시장이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민주당은 아마 그것 때문에 특검법을 들고 나오지 않았을까”라며 “오 시장 리스크가 가장 큰 것 같은데,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홍·이준석, 명 도움 많이 받아”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인 명 씨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이준석 당선),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경선에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고 국정농단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한 강혜경 씨는 지난해 10월21일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명 씨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3억7000만원을 들여서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했고, 이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또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를 위해 13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하며 결과를 조작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여권은 아니지만 이준석 의원도 명태균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강 씨는 ‘명 씨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에도 개입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 후보 경선까지 관여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명씨 전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민주당 최종 목적은 아니지만, 오세훈 시장과 홍준표 시장, 이준석 의원은 명 씨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특검을 꼭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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