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kuk/image/2025/02/08/kuk20250208000037.800x.0.jpg)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가족과 상경했다. 처음 등록한 입시학원에서는 이미 200명이 넘는 원생들이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어땠냐고 묻는 부모에게 괜찮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19살이었다. 이 순간이 배우 추영우(26)의 ‘초심’이다. 그는 “거짓말을 채우려고 더 죽어라 했다”며 눈가를 훔쳤다. ‘진심’이었다.
4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자타공인 ‘대세’ 추영우를 만났다.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에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까지 잇따라 흥행했다. 지난달 인터뷰에서만 해도 인기가 실감 나지 않다던 그는 연예인이 된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설 연휴 때 촬영을 쉬어서 헬스장을 갔어요. 많이들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프로틴 살 때도 알아봐 주셨고요.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긴장감이 들어요.”
추영우는 ‘옥씨부인전’에서 성윤겸과 천승휘(송서인), 두 인물을 연기했다. 첫 1인 2역이었지만 호평이 가득했다. 눈빛만 봐도 어떤 인물인지 알아차릴 수 있어서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였다. 이처럼 능청스럽게 배역을 잘 소화한 그지만, 시작할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
“외적인 차이가 의복 빼고는 거의 없어요. 보시는 분들이 헷갈릴 수도 있겠더라고요. 이 부분이 우려됐고 부담도 됐어요. 그래서 승휘와 윤겸이의 대사, 표정, 톤, 어미 등에서 간극을 넓히려고 노력했어요.”
추영우는 파트너이자 선배인 임지연의 조언을 받아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완성했다. 임지연은 천승휘의 영원한 정인 구덕이 역으로 그와 호흡을 맞췄다.
“(임지연이) 전체 리딩 전에 매니저를 통해서 먼저 연락해 주셨어요. (임지연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에 리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제가 사옥에 가서 함께 대사를 맞춰봤어요. 고민을 털어놨더니 (임지연) 누나가 아예 다른 작품을 찍고 있다고 생각하고, 승휘로 있을 때와 윤겸이로 현장에 있을 때 아예 다르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를 보는 눈이 다르면 좋겠다고도 했어요.”
캐릭터 구축에는 임지연이 도움을 줬다면, 로맨스 신은 추영우가 주도했다. 특히 천승휘와 구덕이의 애틋하고 아름다운 첫날밤에서 그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누나가 선배님이어도 민망할 것 같아서, 되게 용기 내서 최대한 여러 번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일단 감독님이 너무 부끄러워하셨어요(웃음). 작가님께서 섬세하셔서 지문을 자세하게 써주셨어요. ‘눈, 코, 입, 턱, 목, 쇄골 순으로 뽀뽀한다’ 이런 식이어서 그대로만 하면 됐어요. 편했습니다.”
![](/data/kuk/image/2025/02/08/kuk20250208000034.800x.0.jpg)
![](/data/kuk/image/2025/02/08/kuk20250208000035.800x.0.jpg)
주인 송서인 곁을 지키며 천승휘의 영원한 벗이 된 쇠똥이(만석이), 이재원과의 브로맨스도 큰 사랑을 받았다. 추영우는 두 사람의 연기 합을 묻는 말에 “재원 선배님한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고마운 마음부터 전했다.
“선배님께 코미디적인 요소나 작품을 분석하고 넓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 연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 종방연 때 부탁하니까 그제야 말씀해 주셨어요. 촬영 중에 말씀하지 않으셨던 이유가, 제가 조금이라도 선배님과의 나이 차이나 어려움을 느끼면 만석이와 승휘의 호흡이 안 나올 거라고 확신하셨대요. 그래도 생각보다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어릴 적 공부를 곧잘 한 모범생이었던 추영우의 본질은 어디 가지 않았다. 현장에서도 듣고 배우고 실천하는 자세는 여전했다. 단기간에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그런 자신을 두고 “고집이 별로 없다”며 “어른들 말을 잘 듣는다”고 설명했다.
“선배님들, 감독님들 말을 수용하고 적용하는 걸 좋아라 해요. 그리고 감독님, 작가님만큼 대본을 잘 아시는 분은 없잖아요. 전 현장에서 스스로 소품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쓸모 있는 소품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같이 했던 선배님들처럼 제 것은 당연히 잘하고 남한테 도움까지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data/kuk/image/2025/02/08/kuk20250208000036.800x.0.jpg)
그래서 액션도 무용도 뭐든 열심이다. 성윤겸의 검술, 천승휘의 춤 모두 대역 없이 직접 해냈다. 알고 보니 뛰어난 안무 소화력은 모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 때 다져진 것이었다. 뭐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던 세월이 쌓여 지금의 그를 완성한 셈이다.
“위험하거나 불편할 수 있는 것도 웬만하면 직접 하려고 해요. 몸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현장에서 흘리는 땀이 기분이 좋아요. ‘정말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같은 보람도 느껴지고, 연기가 더 진짜처럼 나오더라고요. 무용은 서너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했어요.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배우는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꽤 자주 갔어요.”
그간의 노력은 하나하나 재조명받고 있다. KBS2 드라마 ‘오아시스’를 비롯한 전작들은 물론, 201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우연히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것마저 화제다. 이같이 기분 좋은 ‘역주행’에 힘입어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작품이 있을까. 추영우는 카카오TV 드라마 ‘어쩌다 전원일기’를 꼽으며, “승휘 이전에 애정했던 캐릭터는 지율이다. 그때 기억이 좋아서 쇼츠나 클립으로 올라오면 되게 반갑다”고 했다.
하루하루가 다른 요즘이다. 일례로 추영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00만을 넘어 125만 명(8일 오전 기준)을 돌파했다. 연기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평정심이 필요한 때다. 지금 그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이유는 현장 스태프, 그리고 가족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스태프분들을 둘러봐요. 배우라는 포지션을 빛내주시는 역할이지만 각자의 꿈과 일이잖아요. 조금 지친다 싶을 때 쇳덩이 나르시고 더운 날씨에 뛰어다니시고 수레 끄시고, 이런 모습을 보면 정신이 바짝 들어요. 이거 가지고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며 반성하게 되는 거죠.”
“진로 상담 때 과 상담을 하니 이제 맞나 싶어서 고민하다가 어머니께 공부 말고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근데 원래 생각을 하셨나 싶을 정도로 한 번에 오케이 해주셨어요. 너무 잘 믿어주셔서 늘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믿음직스러운 아들이 되려고 노력 중이에요. 또 ‘옥씨부인전’ 더블 액션 촬영 때 닮은 사람이 필요해서 동생(추정우)이 오게 됐어요. 일하는 모습을 처음 보여주는 거라서 잘 보이려고 노력했어요(웃음).”
가족을 향한 추영우의 애틋한 ‘진심’에 취재진도 동했다. ‘초심’을 떠올리며 아이처럼 눈물을 왈칵 쏟는 그에게 대사 ‘난 대단해, 난 최고야’를 빌려 “넌 대단해, 넌 최고야”라는 응원을 건넸다. 그는 “어리광 부리는 대신 책임감을 가지고 몇 년, 몇십 년을 더 일하다 보면 저도 누군가의 좋아하는 선배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정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부터 잘 쌓아가겠다”는 다짐으로 화답했다.
![](/data/kuk/image/2024/12/04/kuk20241204000167.500x.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