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석’ 분쟁 이후 첫 대결…‘바둑 삼국지’서 신진서-딩하오 격돌할까

한·중 ‘사석’ 분쟁 이후 첫 대결…‘바둑 삼국지’서 신진서-딩하오 격돌할까

17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바둑 삼국지’ 농심배 최종 라운드 개막
한국 신진서·박정환 ‘투톱’ 출격…중국은 딩하오 포함 ‘3하오’ 출전

기사승인 2025-02-13 06:00:09
지난해 제25회 농심배에서 끝내기 6연승으로 한국 우승을 이끈 신진서가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LG배 파행’ 사태 당시 ‘사석(따낸 돌)’ 관리 규정을 위반한 커제 9단을 옹호하며 한국 바둑계의 ‘스포츠 정신’에 의문을 표한 중국 강호 딩하오 9단이 신진서 9단과 격돌하는 그림을 볼 수 있을까.

한·중·일 최정예 바둑기사 각각 5명이 출전해 ‘연승전’으로 승부를 가려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제26회 농심신라며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 라운드가 오는 17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펼쳐진다. 2라운드까지 진행된 결과 3명(딩하오·리쉬안하오·셰얼하오) 남은 중국이 1위, 2명(신진서·박정환) 남은 한국이 2위, 1명(시바노 도라마루) 남은 일본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중국바둑협회가 지난달 23일 “LG배 결승3국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성명을 내면서 한국 주최 세계대회 불참을 통보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열리는 첫 번째 대회다. 한국기원은 중국의 항의 내용을 전면 수용, ‘반칙패’ 규정을 삭제하고 ‘벌점’ 조항 또한 이번 대회에서 보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2라운드에선 중국 셰얼하오 9단이 3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중국 바둑계에는 유독 ‘~하오’ 형태의 이름을 가진 강자가 많은데, 이번 농심배 마지막 라운드에 출전하는 선수들 면면도 그러하다. 메이저 세계대회 3회 우승 경력을 가진 ‘딩하오’, 인공지능 바둑을 구사하는 ‘리쉬안하오’, 농심배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셰얼하오’ 모두 중국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강자들이다. 이외에도 이창호 9단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창하오’, 신진서 9단과 메이저 세계대회인 란커배 결승에서 2년 연속 격돌했던 ‘구쯔하오’도 초일류로 분류된다.

4연승에 도전하는 셰얼하오 9단의 3라운드 첫 상대는 일본 주장 시바노 도라마루 9단이다. 일본은 이 대국에서 패한다면 즉시 탈락이 확정된다. 두 기사는 지난 대회에서도 맞붙어 셰얼하오 9단이 승리한 바 있다.

결국 최종 라운드는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은 ‘끝판왕’ 신진서 9단 카드를 뒤로 돌리고 랭킹 2위 박정환 9단을 먼저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박 9단이 셰얼하오 9단에게 상대 전적 4승5패로 밀리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2020년 10월 삼성화재배부터 두 기사의 마지막 대국이었던 2023년 농심배까지 최근 세 경기에서 박 9단이 모두 패했다.

남은 숫자에서 열세임에도 한국의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진서 9단의 존재다. 신 9단은 지난 대회에서 한국 선수 4명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등판, ‘싹쓸이 6연승’으로 ‘농심배 신화’를 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단체전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신진서 9단은 22회 대회부터 25회 대회까지 연속해서 본인 손으로 우승을 결정지으면서 도합 16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전까지 ‘농심배 수호신’으로 불린 이창호 9단의 역대 최다 연승 기록(14연승)을 넘어선 수치다.

상대 전적에서도 압도적이다. 신진서 9단은 셰얼하오 9단에게 8승2패, 딩하오 9단에게 10승4패로 크게 앞선다. 다만 지금까지 네 판 밖에 대국하지 않은 리쉬안하오 9단과는 2승2패로 팽팽하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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