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정은보 ‘밸류업 정책 순항’…팩트 틀린 자화자찬”

거버넌스포럼 “정은보 ‘밸류업 정책 순항’…팩트 틀린 자화자찬”

기사승인 2025-02-14 15:34:34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년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창희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밸류업 정책에 대해 순항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향해 쓴소리를 냈다. 오히려 국내 증시가 변두리 시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자화자찬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포럼은 14일 논평을 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정 이사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 이사장은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의 성과와 관련된 질의에 “지난해 주요 상장 기업들이 주주친화적인 노력들을 많이 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역사적으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며 “배당성향 역시 상당 부분 상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대표적으로 은행 산업을 보면 지난해 밸류업 정책을 통해 다른 어떤 산업 분야보다도 주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디스카운트 된 부분을 회복시키자는 밸류업 목표에 따라 순항하는 상황이고,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포럼은 이를 두고 “팩트가 틀린 자화자찬의 기자회견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핵심 이슈인 주주권리, 이사회 독립성, 자본배치 등 용어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해외에서 한국 증시는 빠른 속도로 존재감 없는, 변두리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포럼은 정 이사장의 취임한 지난해 1월15일 이후 코스피가 약 3% 하락했다고 꼬집었다. 자본시장에서 주주들이 기대하는 요구수익률이 약 10%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말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4배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된 0.94배보다 낮았다.

또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계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한국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4배, PBR은 0.96배로 드러났다. 밸류업 계획을 세웠던 지난해 4월 기록된 PER 11배, PBR 1.1배 대비 후퇴한 것이다. 포럼은 “지난 1년간 거래소가 밸류업 정책을 홍보하는 동안 국내 증시는 후퇴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밸류업 정책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정 이사장 견해에 대부분의 외국 투자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외국인 주식매도가 이를 반증한다”며 “국내 증시가 투자자 신뢰를 잃은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상장사들이 중복상장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 시장가치를 전체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은 18%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0.4%), 중국(2.0%), 대만(3.2%), 일본(4.4%) 등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포럼은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 밸류업이 아닌 밸류파괴다. 시장 전체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각해진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 등은 수백개의 자회사 및 수천개의 손재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증시에 상장된 모회사는 한 곳”이라며 “정 이사장은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야 함에도 간담회에서 자회사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과 투자자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포럼은 “무분별한 중복상장으로 기업가치가 감소하면 투자자뿐 아니라 거래소도 손해를 본다”며 “상장사 수만 늘리는 데 집중해 왔던 거래소 정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 이제라도 규모가 아닌 질적 성장으로 정책 목표를 대전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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