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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벚꽃배당’을 앞두고 배당 투심이 봄바람을 탔다. 특히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증권사들이 올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을 마련하고 있어 증권주의 배당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주는 전 거래일 대비 1.94% 상승 마감했다. 미래에셋증권(2.25%) NH투자증권(2.71%) 한국금융지주(1.12%) 등 증권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해당 증권사들은 이사회에서 배당기준일과 규모를 정하는 증권사들이다. 다음 달 주주총회 이후 배당금 규모와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유입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깜짝 실적과 밸류업 계획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 계획은 증권사 배당에 기대감을 더한다. 지난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급증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IB(투자은행) 부문 사업도 성장하면서 증권사들이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은 만큼, 업계는 지난해 대비 배당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KRX증권’ 지수 내 시총 상위 5종목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눈에 띄게 개선됐다. 상위 5종목 중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무려 네 종목이 ‘1조 클럽’에 진입했다. 1조 클럽은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 증권사를 뜻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1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늘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8% 오른 8937억원이다. 3년 만에 1조 클럽 복귀다. 앞서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을 달성하고, 주주환원 성향을 35%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최근엔 기존 밸류업 내용을 보강하는 2차 공시를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호실적을 달성한 만큼 배당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901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3.4% 늘어난 6867억원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 밸류업 계획에서 최소 500원의 배당을 상시 지급하고, 사업 성과를 고려한 추가 배당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조 클럽에 미치진 못했지만, 실적 개선이 이뤄진 만큼 사상 최대 배당금이었던 2022년 3월 1주당 1100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익과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돌파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3.3% 늘어난 1조2837억원, 순이익은 86.5% 증가한 1조1123억원을 기록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3980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배당 성향은 점진적 상향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에도 5%대 배당수익률이 예상된다”고 했다. 앞서 한국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3980원, 우선주 1주당 4041.5원씩 총 2328억원을 현금배당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연말 기준으로 결산 배당을 실시하는 키움증권과 삼성증권도 밸류업 강화에 한창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목표 ROE 15%, 주주환원율 30%, PBR 1배 이상의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했으며, 이달 5일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해 밸류업 계획 2차 공시를 진행, 주주환원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적도 크게 늘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5% 증가한 1조982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89.43% 늘어난 8349억원이다.
밸류업 발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증권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2.7% 늘어난 1조2058억원, 순이익은 64.2% 증가한 8990억원을 기록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증권 주당배당금은 3600원(배당성향 34.8%)으로 2022년, 2023년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향후 3~5년 목표배당성향을 50%로 제시한 만큼 추가적인 주주환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다른 삼성 금융계열사 밸류업 공시가 이어지고 있어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