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도보수’ 발언에 당내 ‘시끌’…“정체성 부정 vs 통합 관점”

이재명, ‘중도보수’ 발언에 당내 ‘시끌’…“정체성 부정 vs 통합 관점”

이재명 ‘중도보수’ 발언에 당내 찬반 양론 ‘팽팽’
“민주당 역사 부정” “적절치 못해” 비판 의견에
DJ 발언 소환해 “정체성 논쟁 아냐…통합 위한 것”

기사승인 2025-02-20 11:39:07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있다. 유희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에 대한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당의 정체성을 부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확장성을 염두에 둔 ‘통합’ 행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20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당 대표가 실용적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과 당의 정체성을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진보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이다. 이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 대표가) 하루아침에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8일 유튜브 ‘새날’에 출연해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며 “민주 정권이 언제 경제를 경시했나. 민주당이 우클릭했다는 건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전날 MBC 100분 토론에서도 이 대표는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 그 역할도 우리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민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중도 개혁 정도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우리가 보수다’라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며 “(우리 사회에) 진보 영역이 어느 정도 구축됐다는 게 확인돼야 중도든 보수든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발언은) 자칫 잘못하다간 진보 섹터(영역)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효과를 의도치 않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인영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알고 겪은 민주당은 한순간도 보수를 지향한 적이 없다. 이 대표의 발언은 충격”이라며 “민주당의 역사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의 축적이다.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얘기하는 건 어색하다. 원래 우리 자리를 놔두고 다른 자리를 잡고 있는 건 이재명 대표”라고 말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전날 밤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라며 “물론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민주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중도 보수의 표도 얻어야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질타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반면 당내서는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중도보수’ 발언은 ‘김대중의 길’을 걷고자 한 이 대표의 통합 행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우클릭을 해서 집권했다”며 “지금 이 대표가 약간의 우클릭을 하는 것은 대선 승리와 국민 통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중도보수적 정책과 노선도 합리적인 것이라면 수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당의 노선과 이념, 가치를 규정하는 정체성 논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맞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을 위해 DJP 연합도 하고, 굉장히 보수적인 분들하고도 함께했다. 그렇게 국민을 통합했기 때문에 IMF를 극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은 전체 국민을 아우르는 정당으로 가겠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라며 “보수냐 진보냐하는 진영 논리가 아니라 정책을 두고 이 정책을 우리가 가져가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라고 말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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