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약품 관세 관련 질문에 “25% 이상이 될 것”이라며 “관세는 1년에 걸쳐 더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연설을 통해서도 반도체, 철강 등 품목과 함께 외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의약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필수품으로 분류돼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업계는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진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 1위 의약품 시장으로, 미국이 실제로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 제약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관세 목록에 어떤 의약품이 포함될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될지 등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모든 나라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셀트리온은 19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호무역 리스크 대책을 빠르게 마련하고자 한다”며 “상반기 중 원료의약품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제품에 대해 9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완료한 상태이며, 관세 부과 시 세 부담이 적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완료하고, 미국 내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현재 추가적인 생산 옵션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준비해왔다”면서 “현지 생산을 위한 준비를 완료해 필요 시 즉시 의약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약 6개월분의 의약품 재고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수출량이 많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보툴리눔톡신 기업인 휴젤, 대웅제약 등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아직 관세 정책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의료 재정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관세가 붙는 의약품 종류가 구체화되면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광범한 원료의약품·의약품 품목에 대해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나면 의약품 생산 단가가 비싸질 수 있다. 약가 인상으로 인한 미국 내 의료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책 방향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