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잘 나가는 K-보톡스, 트럼프 관세 폭탄 맞을까 

미국서 잘 나가는 K-보톡스, 트럼프 관세 폭탄 맞을까 

기사승인 2025-02-11 06:05: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의약품도 관세 부과 대상 품목으로 언급한 바 있어 국내 제약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세가 부과되면 약값이 상승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미 수출로 높은 매출을 올리는 미용 목적 보톨리눔 톡신에 영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같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관세 부과 대상 품목으로 반도체, 의약품도 언급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제약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최대 수출국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은 13억5809만 달러(한화 약 2조원)로, 전년 대비 50%가량 늘었다. 미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로, 헝가리(16.8%)나 독일(7.2%), 스위스(5.8%) 등에 비해 높은 수출 성과를 올렸다.

현재 의약품은 세계무역기구(WTO) 복수국간 협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거해 대부분 필수품으로 분류된다. 미국 수출 시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수입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약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산 의약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산 톡신이 관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톡신 기업은 해외 기업 대비 낮은 가격 경쟁력을 통해 점유율을 빠르게 키웠다. 미용 목적의 톡신은 대체재가 치료용 의약품에 비해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내 제약사 중 톡신을 수출하는 기업으론 대웅제약과 휴젤이 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지난해 연간 매출 18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7%나 성장했는데, 미국 수출이 큰 역할을 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는 미국의 미용 톡신 시장에서 13%의 점유율로, 업계 2위에 올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10일 쿠키뉴스에 “나보타 매출 상승에는 미국 수출액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휴젤 역시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인 ‘보툴렉스(미국 제품명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고 같은 해 7월 첫 고도물량을 산적했다. 출시 3년 안에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기준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입의약품에도 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미용 톡신을 수출하는 대웅제약과 휴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관세 부과 품목에 의약품이 포함될지 확신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세 부과로 인해 약가가 높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의료비 절감’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약 5000개의 미국 병원 등을 대표하는 병원 로비 그룹 미국병원협회(AHA)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약품 관세 제외’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미국 제약업계의 반발이 큰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약값 상승과 더불어 국민 의료비 부담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모든 의약품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트럼프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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