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정성일 “90년생 연기, 범죄도 아닌데…저도 피해자예요” [쿠키인터뷰]

‘트리거’ 정성일 “90년생 연기, 범죄도 아닌데…저도 피해자예요” [쿠키인터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 주연 정성일 인터뷰

기사승인 2025-02-22 06:00:11
배우 정성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MZ 연기요? 저도 피해자예요(웃음).”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에서 90년생 중고 신입 PD를 연기한 배우 정성일(45)의 너스레다. 

정성일은 ‘트리거’에서 KNS 시사교양국 탐사보도 트리거팀 PD 한도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도는 불우한 유년시절 탓에 사람을 절대적으로 불신하고 동물에만 애정을 쏟지만, 팀장 오소룡(김혜수)를 만나면서 인간으로도 PD로도 성장하는 인물이다. 정성일은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리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한도의 1990년생 설정이 집중을 해쳐서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성일은 무려 자신보다 10살 어린 인물을 소화해야 했다. 1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방송 보다가 이력서에 90이라고 돼 있어서 놀라긴 했다. 욕을 많이 먹었다”면서도 “크게 와닿진 않았다. 제가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 않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간 여러 작품에서 훌륭한 슈트핏을 자랑했던 정성일이지만, ‘트리거’에서는 편한 스타일링으로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자 했다. “사람한테 치였다 보니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사람보다 동물을 좋아해요. 이기주의보다는 개인주의죠. 피해는 안 주지만 남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고립형 인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람 눈도 못 쳐다보는데 그래서 후드티를 입었죠.”

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사탕을 달고 산다는 것이다. 정성일은 인물만의 불안 해소법이라고 설명했다. “불안을 해소하려고 계속 쥐고 빠는 거죠. 그런데 갈수록 사탕을 물고 있는 시간이 줄어요. 혼자라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과정인 거죠. 잠시지만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했어요. 당 올까 봐 나중에는 ‘노 슈가(No sugar)’로 바꿔 달라고도 했어요(웃음).”

정성일은 이 작품에서 배우 김혜수와 가장 길고 깊게 호흡했다. 그에게 김혜수는 ‘사랑이 많고 아기 같은 누나’다. “한 번 좋아하면 다 줘요. 음식부터 머플러, 선글라스까지, 많이 주셨어요. 그런데 정신적으로 제일 많이 받았죠. 내가 하는 것에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어요. 그리고 아기 같아요(웃음). 장난칠 때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손으로 하는 걸 잘 못해서 챙겨주고 싶기도 하고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 한도(정성일) 캐릭터 스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정의롭지만 때때로 인간적인 강기호 조연출로 분해 복합적인 면모를 그려낸 배우 주종혁에 대해서는 “연기가 너무 좋았다”고 평했다. “기호가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해서 비정규직으로 시작해요. 회사가 비정규직에게는 능력치에 맞는 기회를 주지 않고요. 기호가 내일 정규직이 된다면서 우는데, 현장에서 보다가 (김혜수) 누나도 저도 같이 울었어요.”

언론 재벌 한주그룹 일가 조해원 역의 추자현, 조진만 역의 최대훈에게도 찬사를 보냈다. 두 배우는 특별출연임에도 살벌한 연기로 극 전반의 텐션을 책임졌다. “추자현 씨는 실제로 만났을 때 차분하고 부드러우셨어요. 역할상 크게 많은 얘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연기할 때는 진짜 재밌었죠. 추자현 씨와 (최)대훈이가 집에서 충돌하는 장면은 영화 보는 줄 알았어요. 시청자로서 감상했죠.”

이처럼 출연진의 연기 열전에 거침없는 이야기 전개까지 꼬투리 잡을 데 없는 작품이었으나, 일주일에 두 편씩 공개하는 디즈니플러스의 방식이 유일한 흠이었다는 반응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정성일은 책망 대신 자책을 답으로 내놨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변에서 ‘한꺼번에 열면 좋았을 텐데’ 하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디즈니한테 미안해요. 내가 좀 더 잘하고 인지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안 들 수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이제 다 끝나서 몰아보는 분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화기애애했던 촬영현장을 돌아보며 시즌제에 대한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저희끼리 구 사장이 아웃됐으니까, 우스갯소리로 박대용 CP님(이해영)이 사장님 되고, 오소룡이 CP 하면 되겠다고 많이 말했어요. 다시 하고 싶어요. 이 배우분들이라면 시즌2, 시즌3, 계속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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