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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 문제를 놓고 한국전력과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국제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최근 비공개로 만나 추가 비용 처리 문제를 놓고 협의했으나 구체적 해결 방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양사 실무진 간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추가 공사 대금 정산을 요구하는 한수원과 발주자인 UAE 측과 협의를 통해 ‘팀코리아’ 차원에서 추가 비용을 정산 받는 것이 먼저라는 한전의 입장이 충돌해 대화가 공전 중이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이다. 수주 금액은 약 20조원이었다. 지난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가고 나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 등 여러 협력사 간 최종 정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1월 발주사인 UAE와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일련의 추가 작업 지시 등을 근거로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정산을 정식으로 요구한 바 있다. 한수원 측은 비록 자사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양사가 독립 법인으로서 체결한 OSS 계약을 근거로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한전이 발주처인 UAE와 정산을 하는 것과 별도로 자사 서비스 정산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전은 ‘팀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먼저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고 난 다음에야 이를 나눠 갖는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김동철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자회사인 한수원이 모회사인 한전을 상대로 추가 정산금을 요청하는 것을 두고 ‘유감’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한수원 내부에서는 법인 간 계약에 따른 정산권 자체가 인정받지 못한다면 한전과의 협상이 더는 무의미하다고 보고 국제 분쟁에 대한 실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이 사실상 한전에 최종 입장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에 해당하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전과 한수원이 체결한 OSS 계약에는 양사 간 이견이 클레임 단계에서 조정되지 못하면 런던국재중재법원(LCIA)에서 법적 해결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이미 각각 국제 분쟁에 대비해 로펌을 선임해 둔 상태다.
한수원으로서는 자체 산정한 추가 비용을 한전에서 정산 받지 못하면 1조4000억원의 손실뿐만 아니라 향후 법적으로 배임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고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업인 한전 역시 만약 발주처인 UAE 측에서 추가 비용 정산을 전혀 받지 못한다면 대규모 손실을 추가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한전 역시 런던중재소로 이 사안을 가져가는 등 강수를 두지 않는 한 UAE 측으로부터 추가 정산을 받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아울러 업계에선 지난해 상반기까지 바라카 원전의 누적 매출 이익률이 1%대라는 관측이 나온 만큼, 최종 정산 과정에서 추가 정산을 받지 못한 채 한수원에 지급할 비용만 추가되면 누적 매출 이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 한전이 향후 해외 원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익률 관리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