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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석 전 대한바둑협회장의 탄핵 사유가 됐던 ‘협회 사무처 직원 임용’ 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서효석 전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3고단2320 업무방해 사건 재판부(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는 지난 18일 1심 판결에서 피고인 서효석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소를 제기했던 현철영 전 대한바둑협회 인사위원장이 25일까지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21일까지 대한바둑회 인사위원장으로 재직하던 현철영은 신철식 전 사무처장 임용과 관련해 서효석 전 회장이 인사위원회 심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현철영 전 인사위원장이 부당하게 ‘해촉’ 당했다는 점도 ‘업무방해’로 서 전 회장을 고발한 주요 사유 중 하나였다.
피고인 서효석 전 회장 측에서는 “피고인은 대한바둑협회 업무를 총괄하는 회장으로서 인사의 최고 결정권자이고, 인사위원이나 인사위원장에 대한 위촉 및 해촉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며 “본인의 업무를 했을 뿐 누군가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서효석 전 회장의 손을 들었다. 먼저 재판부는 “대한바둑협회 인사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돼야 하고 과반수에 의해 의결돼야 하는데, 신철식 전 처장 채용과 관련된 2022년 7월14일 당시 인사위원회는 6명으로 구성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6명 중 3명이 개최한 인사위원회는 적법한 인사위원회라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당시 대한바둑협회 인사위원회는 위원장 현철영을 비롯해 인사위원 김수기, 양세모, 양훈진, 신승근, 이장호 등 6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중 실제 위원회에 참석한 사람은 현철영, 이장호, 신승근 등 3명이라고 적시하면서 적법한 인사위원회가 열린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효석 전 회장이 신철식 전 처장을 임용하는 과정을 문제 삼은 현철영 전 인사위원장의 ‘업무방해’ 주장을 재판부가 일축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재판부는 “협회 정관 제24조에 따라 회장은 협회를 대표하고, 대한체육회 인사규정 제14조 제1항 및 대한바둑협회 사무처규정 제11조 제1항에 따라 직원의 임용 권한을 가진다”면서 “대한바둑협회 사무처 직원을 임용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어떻게 진행하고 어떠한 기준을 바탕으로 직원을 임용할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회장의 권한 범위 내에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재판부는 “대한체육회 인사규정 제6조 제1항 및 대한바둑협회 사무처규정 제4조에 따르면, 대한바둑협회 인사위원회는 ‘직원의 인사업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거나 중요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직원 채용 여부를 독립적·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철영도 막연히 ‘보편적으로 위원회에서 내려진 결정을 회장이 따르는 게 맞다’고 짐작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현철영이 대한바둑협회 규정을 정확히 파악한 상태에서 피고인(서효석 전 회장)을 고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서효석 전 회장으로부터 해촉된 현철영 전 인사위원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다른 시각을 보였다. 재판부는 “애초에 현철영이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도 전임 회장이었던 망 이재윤과 동향 출신으로, 이재윤의 권유를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그 과정에서 객관적인 선발 절차 또는 이 사건 협회 총회 등을 거쳤다거나 임기를 보장받았다는 등의 사정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결론을 냈다.
한편 서효석 전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사상 초유의 ‘회장 탄핵’ 단초가 됐던 신철식 전 처장 임용 건이 문제가 없었음이 확인됨에 따라 대한바둑협회 내부에선 일대 파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둑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바둑계에 재정적으로 큰 후원을 하고 있던 서효석 전 회장을 부당한 사유로 탄핵한 만큼, 대한바둑협회가 향후 바둑인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