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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색을 인식하는 것은 대체로 물질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이 특정 파장을 흡수하고 반사된 파장을 눈이 인식하는 색소분자에 의해 결정되는 작용 때문이다.
반면 구조색은 물질 표면이나 내부의 미세구조가 빛의 굴절과 반사·간섭을 일으킨 결과를 눈이 인식한 것으로, 화학적 작용이 없기 때문에 구조가 손상되지 않는 한 색을 계속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구조색을 이용한 것으로 신라의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장식이나 어패류 껍질을 사용한 고려 나전칠기가 현재도 원색을 유지하고 있어 유명하다.
반구형 미세구조로 조선시대 일월오봉도 완벽 구현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팀이 화학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면서 변색·퇴색 없이 색을 영구보존할 수 있는 초정밀 컬러그래픽으로 조선시대 ‘일월오봉도’를 구현했다.
연구팀은 반구형태의 미세구조를 이용해 화학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고해상도의 컬러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구조색을 발현하는 규칙적인 나노구조를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면 기술적 난이도가 높을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색 표현이나 다양한 색을 정교하게 패턴으로 나타내기가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규칙적 나노구조 대신 부드러운 표면을 갖는 반구 형태의 미세구조를 이용해 다양한 구조색을 높은 정밀도로 패턴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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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진 반구 형태의 미세 구조체에 빛이 입사할 때 측면 입사광은 곡면을 따라 전반사되는 재귀반사가 일어난다. 이때 반구의 직경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인 10㎛ 내외일 때 재귀반사 된 서로 다른 경로의 빛이 가시광선 영역에서 간섭해 구조색이 발현된다.
이를 활용하면 구조색은 반구 크기에 따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을 섞듯 서로 다른 크기의 반구를 배열해 발현할 색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크기의 반구형 미세구조를 정밀하게 패턴화 하기 위해 반도체공정에 사용하는 ‘양성 감광성 고분자’를 광식각법으로 미세기둥 형태로 만들었다.
이어 패턴화된 미세기둥을 가열해 감광성 고분자가 고온에서 흐름이 발생해 곡면형태로 변하는 리플로우를 유도해 반구형 미세구조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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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런 방식으로 원하는 크기와 색깔을 갖는 반구형 미세구조를 원하는 위치에 미리 설계한 방식대로 형성, 임의의 색 그래픽을 색소 없이 단일 물질만으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든 색은 영구보존이 가능한 초정밀 컬러그래픽 기술로, 빛의 입사각이나 시야각에 따라 색이 변한다.
특히 패턴 한쪽 방향으로만 색깔을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투명한 야누스 특징도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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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구조색 그래픽을 활용하면 최신 LED디스플레이에 준하는 높은 해상도를 실현하면서도 손톱만한 크기에 복잡한 컬러 그래픽을 담을 수 있고, 또 대면적 스크린 프로젝션도 가능하다.
김 교수는 “아번에 개발한 무색소 컬러 그래픽 구현 기술이 향후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표현하는 참신한 방법이 될 수 있고, 광학소자, 센서, 위변조 방지소재, 심미성 포토카드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손채림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고, 한국연구재단 미래융합파이오니어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지난 5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 단일 단계 리플로우 공정을 이용한 재귀반사형 다색 미세돔 배열 설계, Retroreflective Multichrome Microdome Arrays created by Single-Step Re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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