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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변론기일인 11차 변론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은 컸다. 이전 변론기일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대통령으로서 발언할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일반 방청을 희망하는 신청자만 2000명에 달하며, 경쟁률은 93.4대 1에 육박했다.
오후 9시10분께 시작된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은 약 67분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A4용지 77장 분량의 원고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재판정에서 한 차례 짧은 휴식을 취한 것을 제외하고 쉼 없이 최종 변론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로 변론을 시작했다.
다만 곧바로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아울러 “비상계엄이 발동된 상황은 거대 야당의 연이은 줄탄핵 시도, 입법 폭주와 예산 폭거로 정부가 마비되는 국가비상 사태였다”며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를 야당 탓으로 돌렸다.
또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개헌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최후 변론은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다만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의 최후 변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국민’으로 65번 언급됐다. 그 다음은 ‘거대 야당’ 44번, ‘위기’ 22번, ‘간첩’ 22번, ‘북한’ 15번, ‘자유민주주의’ 10번, ‘호소’ 9번 순이었다.
앞서 많은 언론 매체들과 정치인들이 예상했던 ‘화해’나 ‘통합’에 관한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변론 순간까지 ‘거대 야당’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화해와 통합, 헌법재판소에 대한 ‘승복’이 없는 최후 변론은 현시점 헌법재판소 밖의 모습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다. 헌재 인근에서는 매일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과격한 주장과 음모론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앞에서는 한 달 내내 집회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 통합을 이끌어야 할 국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 참수’라는 문구가 적힌 모형 칼을 들고 시민과 사진 촬영을 한 것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당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를 악마처럼 표현한 이미지를 게재하면서 국회는 여전히 여당과 야당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지속되는 혼란을 안타까워하고, 분열된 한국 사회를 봉합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남을 따름이다. 다음 달이면 탄핵 정국도 막바지에 다다를 예정이다. 실종된 화해와 통합의 길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