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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연이은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연료비 인하 효과 등으로 지난해 8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4년 만에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한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 원가 밑으로 전기를 공급하다 쌓인 200조원대 부채로 연간 4조원대 이자 부담을 져 재무 위기는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 8조34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로써 2021∼2023년 3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낸 한전은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전은 “요금 조정으로 전기 판매 수익이 증가한 한편, 연료 가격 안정화 및 자구 노력 이행으로 영업비용은 감소해 영업 이익이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조원대 영업이익 흑자를 냄에 따라 2021년 이후 한전의 누적 영업 적자는 34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한전의 순이익은 3조7484억원으로 마찬가지로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94조13억원으로 전년보다 6.6% 증가했다.
전기 판매량은 2023년 546.0TWh(테라와트시)에서 지난해 549.8TWh로 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판매 단가도 kWh(킬로와트시)당 152.8원에서 162.9원으로 6.6%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자회사 연료비는 4조4405억원, 민간 발전사 구입 전력비는 3조6444억원 감소했다. 2023년 대비 LNG 평균 도입 가격이 18.7% 감소해 전력 도매가격 성격의 계통한계가격(SMP)이 kWh당 2023년 167.1원에서 2024년 128.4원으로 23.2% 내린 영향이 컸다.
아울러 한전은 성과급 및 임금 인상분 반납, 희망퇴직, 복지 축소, 전력시장 제도 개선 등 고강도 자구 노력을 통해서도 별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3조7000억원 규모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은 아직 경영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먼 상태로 평가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부채는 사상 최대인 204조원대 달하는데, 이 같은 대규모 부채로 한전은 2023년 한 해 4조4500억원을 이자로 지급했다. 지난해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의 이자를 부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자 부담 탓에 한전은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3조1749억원의 영업이익을 발생시켰음에도 순이익은8359억원에 그쳤다. 올해부터 전기를 정상 가격에 팔아 다시 수익을 내기 시작했지만 번 돈 대부분을 이자를 갚는 데 쓴 셈이다.
여기에 한전은 부채 원금까지 대폭 갚으며 줄여 나가야 하는 부담도 지고 있다. 한전이 한시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 한전법이 오는 2027년 일몰되고 다시 한도가 기존의 2배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기조 속에서 한전도 앞서 배당을 재개한 한국가스공사처럼 지난해 실적을 기초로 제한적으로나마 배당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에도 2021년 후 누적 영업 적자가 34조7000억원을 기록해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며 “전기요금의 단계적 정상화, 전력 구입비 절감 등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