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별란말미잘에서 항생제 내성균을 잡는 천연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관련 기술은 화장품이나 피부연고, 의약품으로 개발 중이다. 특히 제약사 A사가 기술 상용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민관 합동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처 치료와 폐 질환 치료에 효과적인 신규 ‘항균 펩타이드’를 최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항균 펩타이드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로 항생제 내성균의 대체 항생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개발에는 △전남대학교 약학과 조남기 교수팀, △㈜인실리코젠 펩타이드 연구팀, △한국식품연구원 기능성플랫폼연구단 유귀재 박사 연구팀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약 2만8000건의 단백질 서열 정보에서 11건의 항균 물질 기능성 후보군을 단기간에 도출했다. 이어 후보 항균 물질에 대한 실제 실험을 통해 상처와 폐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신규 항균 펩타이드를 개발했다. 이에 대한 특허는 올해 1월에 출원됐다.
추출에 성공한 항균 펩타이드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별란말미잘에서 유래한 천연 물질이다. 피부감염, 폐렴, 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녹농균에 대해 높은 항균 효과를 보였다.
상처 치료 실험 결과, 콜라겐과 혈관이 재생됐고 감염된 상처 부위의 면적이 82%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 질환 치료 실험에서도 녹농균을 81% 억제해 조직의 손상을 완화·보호하는 등 기존 항생제와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특히 구조가 간단해 합성이 쉽고 경제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기존 항생제에 비해 독성과 부작용 위험이 낮은 천연 항생제로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으며, 치료가 어려운 녹농균 유래 질환의 대체 항생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르면 1~2년 안에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최경민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섬야생생물소재 선진화연구단장은 “체내에 들어가는 의약품의 경우 임상시험에 시간이 소요되지만,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은 인허가를 받은 데 상대적으로 짧은 1~2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약사 A사와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와 임상 등 항생제 상용화를 위한 세부적인 것들을 협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단기간에 유망한 항균 펩타이드를 발굴하고, 실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라며, “앞으로도 섬·연안 생물자원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