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섭취하는 ‘음식 중독’에 빠진 아동·청소년들이 비만 위험은 물론 우울감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박경희 한림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비만 아동·청소년의 음식 중독과 정서·행동문제 간 유의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음식 중독은 특정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섭취하는 행동으로,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이번 연구는 평균 연령 11.4세의 과체중 이상 아동·청소년 22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 아동·청소년의 19.6%인 44명이 음식 중독 증상을 3개 이상 갖고 있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위험군 아동의 비만 정도가 더 높았다”며 “자존감은 물론 가족 간 정서적 교류나 지지 등 가족 기능이 낮았다”고 전했다.
연구에서 고위험군은 비만의 기준이 되는 체질량지수(BMI)가 29.5였다. 정상군의 수치인 27.5를 넘어섰다. 이어 자존감 척도는 32.6으로 정상군(36.3)을 밑돌았다. 학업수행능력의 경우 고위험군과 정상군이 각각 52.4, 55.9를 기록해 차이를 보였다.
또 불안, 우울, 공격 행동 등 문제 행동 전반을 비교했을 때 음식 중독 고위험군이 정상군에 비해 높은 지수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비만도와 부모 양육 태도 등을 보정한 후에도 문제 행동 총점과 공격성은 높아지고, 학업수행능력 점수는 낮아지는 경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기 비만은 성인기까지 지속돼 심혈관질환, 당뇨병, 지방간 등 신체적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정서적 행동 문제가 동반된 비만 아동·청소년의 경우 음식 중독 경향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이해와 평가,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양 및 건강 분야 국제학술지인 ‘Obesity Research & Clinical Practice’에 지난달 15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