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개편’ 불가피한 선택 [취재진담]

자동차보험 ‘개편’ 불가피한 선택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3-05 16:34:33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과도한 합의금에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가 향후치료비 수령 기준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향후치료비란 일종의 교통사고 합의금으로 앞으로 부담할 치료비를 추정해 보험사가 지급하는 돈이다. 그동안 보험사는 치료비가 끝없이 청구될 것에 대비해 향후치료비를 지급하고 보상을 마무리했다.

내년부터 교통사고 경상환자(상해급수 12~14급)가 8주 이상 치료비용을 받기 위해서는 보험사에 관련 서류를 내고 장기치료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정부는 경상환자의 90%가 8주 이내에 치료를 끝낸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가벼운 부상에도 장기치료를 주장하며 과도한 향후치료비를 받아 가는 일부 환자의 보험금 수령을 제한하겠다는 이야기다.

소비자 입장에서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실제 8주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보험사에서 인정해 주지 않아 자비로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보험사와 환자의 이견을 조율할 중립적인 조직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미 보험소비자협회 등 시민단체에선 반대가 거세다.

그럼에도 과도한 향후치료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경상환자와 중상환자(상해급수 1~11급)가 받은 향후치료비를 분석한 결과, 경상환자는 실제 치료비보다 25%나 많은 금액을 받았다. 반면 중상환자는 실제 치료비보다 20% 적게 받아 일부를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실제 정부 조사를 보면 경미한 사고에서 막대한 치료비와 합의금이 발생하고 있다. 두 차량의 사이드미러가 서로 부딪힌 경미한 사고로 척추를 삐어 경상(12급) 진단을 받은 운전자는 2주 입원 후 6개월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받은 치료비는 500만원, 합의금은 300만원에 달했다. 전체로 보면 2023년 경상 사고 치료비로 1조3000억원, 합의금은 치료비보다 많은 1조4000억원이 소요됐다. 이는 2400만명이 넘는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정부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보험 재원은 자동차가 있는 모든 이들이 조금씩 내 마련한다. 가입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는 의무보험이다. 금융위는 2023년 기준 매년 약 2500만대 자동차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거나 보험을 갱신한다고 추산했다. 의무 보험으로 마련된 돈이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 지급되지 않고 낭비되는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위험에 대비해 사람들이 모은 자금에 누수가 생기면 실제 위험이 닥쳤을 때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 시행까지 앞으로 8개월. 정부가 향후치료비의 지급 근거와 기준 등 중립성을 갖춘 제도를 마련해 자동차보험 재원의 누수를 막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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