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초부터 금융사고…책무구조도 적용 안되는 이유는

은행권 연초부터 금융사고…책무구조도 적용 안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25-03-11 06:20:04
시중은행 창구. 연합뉴스

금융사 최고경영자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책무구조도가 올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은행권에서 대출심사 부실, 횡령 등 금융사고가 연초부터 잇따르고 있으나, 사고 발생 시점과 시범운영 참여 덕분에 ‘제재 1호’ 오명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국책은행 한국산업은행의 정책자금 운용 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20건의 위법 및 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지난 2017년부터 대출 모집인의 대출 알선을 금지했으나, 산은 청주지점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대출 브로커의 알선을 받아 7개 기업에 총 286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4개 기업이 부실화되면서 152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해당 지점장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추정 매출액을 부풀리고, 기존 대출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인위적으로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는 최소 1억3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매출액을 부풀리는 등 허위 서류 작성을 지시했고, 실무자들이 반발하면 인사 고과를 수시로 언급하며 압박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지점장의 면직을 요구하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또 산은에는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대출 심사 프로세스를 개선하라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원 처분 결과를 통보 받은 상태고, 이제 산은 쪽에서 경과에 대해 보고할 텐데 부당대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좀 더 세부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에서도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벌써 2번째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 직원 횡령으로 17억72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다. 손실예상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해당 직원은 서울 압구정역금융센터에서 수출입 무역 어카운트(수출입 기업이 대금 거래 등 무역 거래 시 사용하는 금융계좌) 직무를 맡으며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업체의 명의를 도용해 서류를 위조하고 돈을 빼돌리는 수법을 활용했다. 신한은행은 자체 모니터링 중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직원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상태다.

IBK기업은행에서도 큰 규모의 부당대출이 발생해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마치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1월 239억500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금융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22일까지다.

퇴직 직원이 현직 직원과 공모해 부동산 담보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 대출을 실행한 것이 문제가 됐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약 한달 간 진행했고, 현재 법리 검토 등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끼리끼리 문화, 온정주의 문화, 외형 확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큰 책임을 묻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책무구조도가 올해 1월2일부터 정식 시행을 시작, 은행권에서는 금융사고에 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에게 담당 직무 관련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배분하고, 사고 발생 시 명확하게 책임을 지게 하는 내부통제 규율 체계를 담은 문서다. 임원의 이름, 직책, 책무 예시 등도 자세히 기술된다.

다만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은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책무구조도 적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책무구조도 효력 발생 시점을 감안해야 한다. 은행장 등 임원에 대한 제재 조치는 책무구조도가 제출된 이후 발생한 금융사고에 한해 적용된다. 이전에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즉 소급적용이 안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책무구조도를 금융사 중 가장 먼저 제출했다. 17억원 금융사고는 이전에 발생한 사고다.

기업은행의 경우, 책무구조도 효력 발생 시점이 이번 금융사고 발생시기와 일부 겹치지만 당국이 약속한 인센티브 덕분에 적용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31일까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접수를 받았는데, 금융지주 9개사와 은행 9개사가 참여를 했고 기업은행도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당국은 은행들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면서 시범운영 참여를 독려했다. 인센티브에는 △사전 컨설팅 실시 △책무구조도 관련 지배구조법 위반행위 비조치 △시범운영을 통한 위법행위 자체 적발·시정 시 제재 감경·면제가 포함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한 은행들에게는 올해 1월2일 전 발생한 금융사고 등에 대해서는 제재 등을 면제해주겠다고 했었다. 때문에 기업은행 등에 대해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책무구조도 적용 여부는 단순히 금융사고 발생 시점으로만 보기는 어렵고, 구체적인 판단은 소관 검사국에서 적절성 등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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