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사태, 사모펀드 시장 위축 가능성…모니터링 규율 필요” [PEF, 빛과 그림자③]

“MBK 사태, 사모펀드 시장 위축 가능성…모니터링 규율 필요” [PEF, 빛과 그림자③]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인터뷰

기사승인 2025-03-15 06:00:11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입장 발표에 앞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로 국내 사모펀드(PE)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대형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유동성공급자(LP)로 선뜻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사모펀드 시장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율이 필요하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손실 위험을 떠넘기는 행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사모펀드의 중대한 가치인 기업가치 제고를 망각한 채 단기 재무적 이익 제고를 우선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쿠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모펀드 본연의 역할은 밸류업, 즉 기업가치 제고”라며 “사모펀드는 대규모 모험자본을 기업에 장기 투자한 뒤 해당 기업의 재무·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해당 밸류업 과정에서 얻은 이익은 투자자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 2004년 12월 제도 도입 이후 20년이 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숫자는 20년간 2개에서 약 1100개로 550배 이상 증가했다. 운용자산 규모 역시 2000억원에서 136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실장은 “양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사모펀드 전략도 경영권 인수, 구조조정, 신사업 확장 등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적 평가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이 실장은 “우선 사모펀드가 소수 지분 매입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후, 주가가 크게 상승한 뒤 다시 팔아버리는 수법으로 단기 이익을 실현한 사례가 많다”라며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상당수 기업은 기업가치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면서 주주, 근로자 등 많은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소버린의 SK그룹 경영권 분쟁이 꼽힌다”고 짚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모펀드 신뢰도 저하…문제점 해소 노력 절실”

이 실장은 이달초 불거진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사태를 필두로 MBK파트너스의 다양한 수익성 치중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네파, 영화엔지니어링 등 지분을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형태로 인수하면서 운용 수수료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가져가고, 해당 기업은 고이자 부담 및 경영 상황 악화 등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해 보통주 주주, 채권 투자자, 우선주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봤다”며 “기업 구조조정으로 임직원들과 거래 업체들이 일자리를 잃는 사례도 관찰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즉 사모펀드들이 기업 인수 과정에서 단기 이익을 실현함에 따라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는 사모펀드 측 경영진 책임감 부재로 평가된다. 이같은 상황이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주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사태는 기업가치 제고와 정반대의 방향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단기 재무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 의사결정에 기인한다. 이 실장은 “MBK파트너스의 기습적인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으로 홈플러스 보통주, 채권(CP, 전단채 등), 우선주(RCPS)에 투자한 개인과 기관은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상당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홈플러스 입점업체와 납품업체 등도 상거래채권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손실 위험에 처했다. 근로자들도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당하거나 임금채권을 제때 받지 못할 위험에 놓였다. ESG 관점에서 홈플러스의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사모펀드 시장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실장은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평판리스크가 커져서 국내 대형 연기금들과 기관투자자들이 LP로 선뜻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당분간 사모펀드들의 자금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해당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사모펀드가 들고 있는 비상장기업, 부동산 및 인프라 자산 중 다수의 기업가치 훼손으로 상당한 평가손실이 생길 수 있다. 홈플러스와 유사한 신용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MBK 홈플러스 사태,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한 제재 내려야”

홈플러스 사태에서 사기 등 위법행위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적발 시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 신용등급 하락을 알고도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단 의혹이 일자 사태 파악에 나섰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약 820억원의 ABSTB를 발행했다. 그러나 같은날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예비통보를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성진 홈플러스 재무관리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유동화는 실질적으로 24일 끝난 상태였다”며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발행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실장은 “기업 신용등급 강등 또는 회생신청이 충분히 예상되는 시점에서 대규모로 CP, 전단체를 발행하고, 기습적인 기업회생에 들어간 것은 과거 동양그룹 CP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 사기 등 불법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라며 “또 금융회사가 해당 CP, 전단채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하고, 이를 근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금융당국과 검찰 등은 신속하고 체계적인 수사를 통해 위법 행위 발견 시 엄중한 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피해자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투자금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사모펀드, 시장 참여자에 손실위험 넘기는 행위 최소화해야”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 삼아 사모펀드의 기업가치제고 노력 증진을 위한 해결 과제로 △사모펀드의 LBO를 통한 산업자본 인수 △사모펀드 보유 비상장기업 및 부동산·인프라 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사모펀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규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사모펀드가 받을 돈은 단기로 과다하게 수령하고, 돌려주거나 갚아야 할 돈은 최대한 장기로 끌면서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손실 위험을 떠넘기는 행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특수목적회사(SPC)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재무제표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도 필요하다”며 “사모펀드가 보유한 지분을 유통할 수 있는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사모펀드 리스크 분산, 보유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 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사모펀드가 자본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진단이 주를 이룬다. 이 실장은 “자본시장이 모험자본 공금과 혁신성장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사모펀드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향후 더욱 강조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사모펀드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단기 재무적 이익 추구, 중장기 ESG 관점에서의 기업가치 제고 미흡, 경영진의 책임경영 부재 등 사모펀드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ESG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도 동일한 견해를 내놓는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는 단순한 재무적 수익을 넘어 ESG 경영을 고려하고, 책임 있는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특히 장기적인 성장 전략, 투명한 지배구조, ESG 관점의 투자 확대, 정책적 지원 및 규제 개선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사모펀드가 기업과 사회 모두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사모펀드 업계의 장기적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변화에 대해 장기적 투자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과 인수·합병(M&A) 규제 개선 및 모니터링, 책임 있는 투자 기준 강화를 언급했다. 그는 “5년 이상의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 단기적 차익 실현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기업 인수 후 단기간 내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에 대해서는 엄격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면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후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하고, 주요 경영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법정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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