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두푼 평생 모은 40억 부동산 충남대에 선뜻 기부

한푼두푼 평생 모은 40억 부동산 충남대에 선뜻 기부

자수성가 88세 윤근 여사, “어려운 학생들 맘껏 공부할 수 있게”
1990년 50억 기부한 이복순 여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

기사승인 2025-03-19 15:39:20
자수성가한 윤근 여사(사진 오른쪽)가 19일 충남대학교에 평생 모은 40억 상당의 재산을 기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대

초등학교도 다녀보지 못한채 힘들게 살면서 한푼두푼 평생 모은 40억 상당의 재산을 충남대학교에 선뜻 기부한 80대 여사의 사연이 커다란 감동을 안기고 있다.

부산시 영도구 영선동에 사는 윤근 여사(1937년생)는 19일 충남대를 방문해 김정겸 총장에게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40억 상당의 본인 건물을 기부했다.

윤 여사의 이날 기부는 지난 1990년 50억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을 기부한 ‘김밥 할머니’ 정심화 이복순 여사에 이어 개인기부로는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충남 청양군 장평면이 고향인 윤 여사는 "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평생을 기구하게 살며 모아온 이 재산을 고향의 국립대에 기부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만 할 수 있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농사꾼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 2명이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3살에 어머니를 여의었고 13세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며 홀로서야 했다. 가난에 쪼들리고 남의집살이를 하다 17세에 이웃 동네 남자와 결혼했지만 살림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19세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도자기 공장, 남의집살이, 행상 등으로 생활하면서 학교는 커녕 독학으로 배운 한글을 읽는 정도에만 만족해야 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단돈 500원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와 가정집 가사 관리, 숙박업소 허드렛일 등 궂은일을 마다않고 억척같이 한푼두푼 모아 10년 만에 부산 영도 남항 인근에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2층짜리 ‘동남여관’을 인수하며 숙박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호황을 누리던 부산 경기와 함께 몸에 밴 부지런함, 충청도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여관은 날로 번창했고 리모델링을 거쳐 1995년 같은 자리에 6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 

이 무렵 고향으로부터 전해진 ‘김밥 할머니’ 정심화 이복순 여사의 기부와 별세 소식을 뉴스로 접했고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때가 되면 고향의 국립대인 충남대에 기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30년 동안 자신만의 사업을 꾸려 왔고 동남여관(동남파크) 윤근 사장은 영도 일대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유명 인사가 됐다. 현재도 여관 건물 맨 꼭대기 층에 거주하고 있다.

윤 여사는 88세를 맞은 2025년 자신의 현재와 역사가 담긴 동남여관을 충남대에 기부하기로 하고 실행에 옮기게 됐다.

윤 여사는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먹고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어요. 동남여관에는 저의 인생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35년 전 김밥 할머니가 충남대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일을 이제야 이룰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겸 총장은 "여사님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부동산을 기부하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여사님의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은 윤근 여사로부터 기부받은 4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교육시설, 수련원 등으로 활용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익훈 기자
emadang@kukinews.com
이익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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